[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패착으로 전락한 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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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 천야오예 9단 ● 최철한 9단

제7보(80~83)=전보의 마지막 수인 흑▲는 화려하면서 동시에 허황하다. 최철한이란 승부사의 강점과 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박영훈 9단은 한참 전부터 82쪽 달리고 하변으로 벌려두는 것을 최선이라고 믿고 있었다. 밀어붙여도 잘 안 되니까 그만 포기하고 장기전으로 가자는 현실적 대안이다. 그러나 최철한 9단은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베야겠다는 것이다. 안 되면 자폭하겠다는 결의다.

천야오예 9단은 80으로 슬쩍 다가온다. 흑의 간격을 노리는 급소. 한데 흑이 81로 연결했을 때 최철한에겐 청천벽력 같은 한 수가 떨어졌다. 백이 손을 빼고 82로 지켜버린 것이다. 크고 맛 좋은 82. 박영훈이 그토록 두고 싶어했던 이곳마저 백의 수중에 떨어졌다. ‘맹독’ 최철한은 끓는 심정으로 판을 본다. 감히 손을 빼다니 용서할 수 없다.

용서 못한다면 ‘참고도 1’ 흑1로 젖히는 수다. 이 수가 통하면 공격이 된다. 하나 백2가 기다리고 있다. 흑3엔 백4. A와 B가 맞보기라 공격이 안 된다. ‘참고도 2’처럼 단수하는 것도 백4에서 역시 안 된다. 최철한은 눈물을 뿌리며 83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여기서 승부는 결정적으로 백에 기울었다. 박영훈은 흑▲를 패착으로 지목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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