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맞는 5·18] 下.순수예술·학술분야의 변화-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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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5.18은 문학.미술과 같은 순수예술에 몰두해온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상한 아름다움을 노래하던 문인.화가들은 폭력과 죽음의 세계, 좌절과 참회의 심정을 자신의 예술세계 속에 담고자 했다.

1980년대초엔 예술가중 극히 일부만이 감시와 통제 아래서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고발에 앞장 섰다.

그러나 민주화가 시작된 80년대 후반부터는 본격적으로 5.18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학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분야에서는 독일에서 활동했던 고(故)윤이상씨의 '광주여 영원히' 가 유일하다.

평론가 김명인씨는 "5.18이 문학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광주를 소재로 한 작품에 국한하지 않는다. 정신사적 흐름을 바꾼 사건이었다" 고 평가했다.

5.18이라는 사건이 보여준 것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공권력의 폭력성이고 다른 하나는 저항하는 민중의 성숙성이다. 이를 문학으로 담아낸 것이 곧 '저항문학' '민중문학' 이다.

5.18이후 처음 발표된 작품은 광주에서 현장을 목격한 시인 김준태씨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죽음과 죽음 사이에/피눈물을 흘리는/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로 시작하는 시는 광주를 '하느님의 아들' 에 비유했다.

죽음으로써 세상의 죄를 대신 벌받은 희생자들을 찬양하고, 살아남은 자들을 '죄인' 으로 불렀다. 이런 시각은 80년대 민중문학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5.18을 문학으로 형상화하는 노력은 젊은 시인들의 몫이었다. 81년에 만들어진 '5월시동인' 은 대표적인 시인들의 모임이다. 이들이 동인지를 내놓으면서 조금씩 문학 속에 5.18의 공간은 마련돼갔다.

5.18 관련 작품이 본격 나타난 것은 8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시에 이어 소설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임철우씨의 단편 '봄날' 이 84년에, 황석영씨의 르포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가 85년에 나왔다. 장편소설은 많지않다. 송기숙씨의 '5월의 미소' 와 문순태씨의 '그들의 새벽' 이 최근에야 나왔다.

90년대 중후반이후 '문단의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무거운 문학 대신 젊은 여성작가들의 사랑얘기나 사소한 일상얘기가 독자층의 관심을 모았다.

김명인씨는 "이제 광주에 대한 부채감이나 의무감에서 해방되고 싶어하기 때문" 이라며 "이제 사건을 재구성하는 작품보다 5.18의 정신을 문학적으로 더욱 잘 승화한 작품이 나와야할 때"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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