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계속 불거지는 한상률 의혹, 소환 조사로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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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상률 전 국세청장 관련 의혹이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 엊그제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한씨가 신성해운으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검찰 진술조서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런 내용의 진술 조서까지 확보하고도 한씨를 출국시킨 것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씨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본인이 직접 해명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한씨는 이에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했지만,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학동마을 그림 로비 의혹에도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하지만 학동마을 그림은 본인이 직접 부하 직원을 시켜 500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모든 의혹은 검찰 수사로서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드러난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①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 로비를 했는지 ②구속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주장대로 승진을 대가로 3억원을 요구했는지 ③정치권 실세에게 10억원대 인사청탁 로비를 했는지 ④박연차씨와 관련해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았는지다. 대부분 한씨를 직접 조사해야 풀리는 사안이다.

문제는 검찰의 태도다. 한씨를 소환할 근거가 있는데도 법원에 체포영장조차 청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선 그림을 통한 뇌물 혐의다. 비록 부인들을 통해 오갔다고 해도 엄연히 뇌물이다. 설령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몰랐다고 해도 제3자 뇌물공여다. 검찰 일각에서 “500만원을 뇌물로 볼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바로 지난 3일 승진 대가로 200만원을 받은 초등학교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형평에도 어긋난다. 그런데도 검찰은 한씨 변호인을 통해 ‘임의소환’만 하고 있으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이다. 한씨는 “귀국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말이다.

결국 범죄인 인도 요청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즉각 법원에 체포영장부터 청구해야 한다. 체포영장은 혐의가 없어도 조사할 필요가 있어 소환하는데 불응하면 청구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제기된 혐의도 있지 않은가. 한씨를 빨리 소환조사하는 것만이 국민적 의혹을 잠재우고 검찰 위상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