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뇌졸증 오인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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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손을 덜덜 떨고 얼굴표정이 굳어져 마치 가면쓴 사람처럼 보인다.

행동이 굼떠 매사에 느리며 앞으로 꾸부정한 자세와 짧은 보폭으로 팔을 흔들지 않는 특이한 자세로 걷는다' .

바로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이다.

뇌 속에서 도파민이라 불리는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가 나이 들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의사 파킨슨이 처음 발견해 붙여진 병명. 그러나 파킨슨병만큼 일반인에게 잘못 알려진 질환도 드물다.

파킨슨병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진단.치료법에 대한 오해를 항목별로 풀어본다.

◇ 파킨슨병은 희귀병이 아니다〓생소한 이름 탓인지 희귀질환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세대 의대 신경과 김진수 교수는 "65세 이상 인구의 1% 가량이 환자" 라며 파킨슨병이 결코 희귀질환이 아님을 강조했다.

국내에만 10만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나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폭스도 모두 파킨슨병 환자다.

◇ 신경과를 찾아야 한다〓파킨슨병이 의심되면 바로 신경과를 찾는 것이 좋다.

이유는 두가지다. 엘도파 등 파킨슨병에 사용되는 약물을 남용할 경우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지만 4~5년 후 50%에서 춤을 추는 듯한 무도병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

강남성모병원 이광수 교수는 "약물요법은 신경과 의사의 처방을 받아 신중하게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 충고했다.

파킨슨증후군과의 감별도 중요하다.

서울대 의대 신경과 전범석 교수는 "파킨슨병과 파킨슨증후군은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비슷하지만 전혀 원인이 다른 질환" 이라고 못박았다.

파킨슨증후군은 뇌의 여러 부위에 걸쳐 동시에 위축현상이 나타나는 원인불명의 질환. 파킨슨병으로 오해할 경우 불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 뇌졸중으로 오해하기 쉽다〓파킨슨병 환자의 70%가 뇌졸중으로 엉뚱한 치료를 받는다.

이교수는 "손을 떨거나 발이 끌리는 증상이 처음엔 한쪽 편에만 오기 때문에 뇌졸중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2년 정도 경과해 반대쪽에도 증상이 나타난 뒤라야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뇌졸중으로 오인해 수년 이상 집안에 누워 있다가 병원을 찾은 환자도 있다는 것.

치매와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파킨슨병 환자의 20%에서 치매가 동반되기도 한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운동신경만 침범할 뿐 지능이나 성격엔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지나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 알아두면 좋은 최신 치료법〓약물요법으로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파킨슨병은 신경외과에서 뇌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그러나 뇌 수술에 따른 부담이 크다.

이 경우 최근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정상섭 교수팀 등 국내 의료계에 도입된 심부 뇌자극기를 이용한 치료법을 알아두면 좋다.

수술칼 대신 1㎜ 가량의 가느다란 전극이 뇌 속에 삽입되는 심부 뇌자극기 치료는 효능은 비슷한 반면 부작용이 작다는 것이 장점. 일부 병원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며 비보험으로 치료비는 8백만원 정도.

◇ 환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오해가 많은 질환인 만큼 환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지난해 파킨슨병 환자 1백30여명이 모여 만든 대한 파킨슨병협회가 좋은 예. 26일 오후 1시30분 서초구민회관에서 유명 대학병원 교수들을 초빙해 무료 세미나를 갖는다.

대한파킨슨병협회 전영식 회장은 "세미나는 물론 협회보 창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환자가 직접 쓴 책자도 참고하면 좋다. 10년간 파킨슨병을 앓아온 원로의사 허성진(84)박사가 '내가 앓고 있는 파킨슨병' (도서출판 대일刊)이란 투병기를 펴낸 것.

허박사는 "재활치료 등 병원에서 듣기 힘든 투병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자 썼으며 환자동호회 준비를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책값은 2천원으로 책정했다" 고 밝혔다.

홍혜걸 기자.의사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

1.안면 얼굴이 굳어져 무뚝뚝한 표정으로 변한다

2.후두근육 강직으로 목소리가 작아지고 발음이 분명치 않다

3.음식물을 씹거나 삼키기 힘들다

4.엉덩이가 무거워 앉았다가 일어나기 힘들다

5.손가락 근육이 굳어져 단추를 채울 수 없고 땅에 떨어진 종이나 동전 등을 집을 수 없다

6.행동이 굼뜨고 느려진다. 세수나 신발 신기, 식사에 평소보다 서너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

7.가만히 있는데도 손이나 발이 떨린다

8.관절염과 우울증이 동반된다

9.앞으로 꾸부정한 자세에서 팔을 붙인 채 보폭이 좁은 총총걸음을 걷다 잘 넘어진다

10.양쪽 다리에 감각이상이나 통증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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