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도 '닷컴' 시대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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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바둑계의 인터넷 열풍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바둑계의 총본산인 한국기원이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고 조훈현9단은 서능욱9단.이창호9단과 아예 회사를 차렸다.

서봉수9단.김희중9단.정수현9단.홍태선8단.강만우8단.김성룡6단 등 다수의 프로들도 직접 회사를 차리거나 계약을 하고 인터넷업체와 함께 일을 시작했다.

바둑과 컴퓨터는 궁합이 맞는 것일까. 지금까지 하이텔이나 유니텔 등 PC통신회사들의 대국실이나 넷바둑.네오바둑.오로바둑, 일본의 IGS 등 사이버기원이 바둑인터넷 사업의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기원〓이달에 출발하는 자회사의 이름은 가칭 세계사이버기원 주식회사. 창립 대표이사로 컴퓨터계의 원로 성기수 박사가 선임되었다.

한국기원은 2년전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고 서울대 전주식 교수 등의 자문을 받아 세계사이버 기원 및 바둑 이용자 통합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바둑의 위상을 등에 업고 일본기원과 중국기원보다 한발 빨리 인터넷으로 세계바둑을 석권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일본기원은 홈페이지는 있으나 본격적인 사업에는 아직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

많은 프로기사를 보유하고 있고 각종 대회를 주관하며 끊임없이 생산되는 대국보를 생중계로 서비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기원 정동식 사무총장은 "한국기원은 기존의 인터넷 사이트와 경쟁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가 될 것" 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기원이 대국을 중계하고 인터넷 업체들이 그것을 유료로 받는 형식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한국기원은 실제 바둑TV나 가로수 닷컴.하이텔 등과 함께 대국 중계를 하고 있다.

바둑용품 판매와 단급인정, 지도다면기 등 많은 사업을 통해 2001년 15억원, 2002년엔 47억원의 흑자를 낸다는 계획이다.

▶ICBL〓조훈현9단(대표이사)과 서능욱9단(감사)이 사업가들과 함께 차린 회사. International Cyber Baduk League(국제사이버바둑리그)의 이니셜을 땄다.

지금까지의 세계대회와 비교가 안되는 초대형 사이버 프로리그를 만든다는 파격적인 구상이 이 회사의 알맹이다.

올해 11월부터 대회를 열어 18명의 최고수를 선발하고 이들이 1년간 페넌트 레이스를 벌인다.

이 대국은 1년 내내 생중계로 서비스된다.

한.중.일.대만.미국의 프로기사를 주축으로 동양권과 유럽 등 아마추어들도 참가 자격이 있다.

바둑TV.다우인터넷.위즈게이트 등과 함께 이창호9단(이사)도 출자했다.

바둑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등 연계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 20일 오전 11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대회 규모 등 구체적인 사업발표회를 연다.

▶이외에 은퇴기사인 김희중9단은 장수영.노영하9단 등 40여명의 프로들과 계약을 하고 온라인 지도다면기를 전문으로 하는 'PLAY361' 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20일 오후 3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설명회를 갖는다.

또 토종의 대명사 서봉수9단도 인터넷업체 'CCR' 와 2년 계약을 하고 바둑사이트 구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명지대 교수 정수현9단은 학술위주의 사이트를 준비중이고, 강만우8단은 ㈜넥스터와 손을 잡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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