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큰불…4년전 복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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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강원도 고성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은 각각 4년전과 2년전 이 지역들을 휩쓸고 간 대형 산불과 비슷해 관심을 끌고 있다.

군부대 주변에서 처음 불이 났고 피해면적이 클 뿐 아니라 민가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1996년 4월 23일 낮 12시20분쯤 고성군 죽왕면 마좌리 산 1번지에서 난 산불은 25일 오후 5시20분 진화될 때 까지 이틀여간 고성군 간성읍.죽왕면.토성면 일대 산림 3천7백62㏊를 태웠다.

주택 등 2백27채와 가축 7백18마리가 함께 피해를 보았다. 재산피해 규모는 2백27억여원. 2백여명의 이재민을 낸 당시 산불은 국내 산불사상 최대규모였다.

4년만인 7일 오전 1시45분쯤 고성군 토성면에서 난 산불도 인근 모부대 소각장에서 번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산림 5백여㏊와 건물 56채를 태우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또 96년 자연산 송이 생산지가 대부분 불에 타 5억원 넘는 피해를 본 송이채취 농가들이 또다시 피해볼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96년 고성 산불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피해지역 생태계 파괴로 당시 산림 및 환경전문가들은 산불이 땅속의 미생물과 토양분까지 모두 없애 원상태로 복구되기까지 40년에서 최고 1백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었다.

4년전 산불로 인해 아직까지 바짝 마른 피해목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등 산림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같은 지역에서 불이 나 추가적인 산림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7일 오전 8시50분쯤 산불이 난 강릉시 사천면 석교리 지역도 98년 3월 29일 산불이 발생했던 사천면 덕실리 인근 마을로 이때 산불로 임야 3백50㏊와 건물 23채가 소실됐다. 이재민도 60명이 발생했었다.

이날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주민 1천여명이 긴급 대피했으나 거동이 불편해 미처 피하지 못한 주민 1명이 숨지고 산림 1백50㏊와 주택 20여채가 불에 타는 피해를 내고 불길이 계속 번지고 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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