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극복하기 ③ 면역 과민반응 억제약 개발돼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 A/H1N1)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면역력을 강화시켜 준다는 식품의 수요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면역력 증진(강화)’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정식 인정을 받지 못한 식품도 면역력에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 금세 인기가 높아지니 허위·과대 광고가 기승을 부린다.

면역력 강화가 신종 플루에 좋다는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인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균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해 각종 감염성 질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과 휴식, 충분한 영양 섭취와 함께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 6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다는 ‘국민적 난치병’인 알레르기 질환은 어떨까?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성 비염·천식 등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하다가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면역에 좋다는 건 다 먹어봤는데 별 효과를 보지 못했고, 약을 먹어도 그때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알레르기 질환은 단순히 면역력이 저하돼 생기는 병이 아니다. 알레르겐(항원)으로 과잉 생산된 면역글로불린E(IgE)가 ‘면역과민반응’으로 나타나는 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레르기 질환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조건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식품을 먹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 것이다.

몸 속에서 일어나는 면역 과민반응은 어떻게 생길까. 알레르겐에 노출된 인체의 면역계는 면역세포의 하나인 제2형 조력 T림프구(T helper type 2, Th2)를 활성화시킨다. 그 결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하는 다양한 사이토카인(Cytokine; 염증을 일으키는 인자)이 발생되고, 이로 인해 림프구에서 면역글로불린E(IgE)이 과잉 생산돼 이상 면역 반응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면역 과민반응을 제어하려는 많은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대기오염 등 환경이 악화하면서 알레르기 질환은 이제 현대인의 피할 수 없는 질환이 되고 있다.

특히 알레르기 질환은 유전적 요인까지 강해 자신의 고통이 후대까지 대물림 돼 환자는 물론 가족의 삶까지 힘들어진다.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와 개선을 위해 국가적인 치료제 개발 노력이 절실하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