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unday 기획칼럼]‘아름다운 책임’을 일깨워준 내 아이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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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호 35면

누군가 “당신은 누구 때문에 행복합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정말 누구 때문에 행복한지, 내 삶과 생활을 잠시 되돌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은 물론 가족이겠지요. 그리고 나와 함께 젊음과 열정의 순간을 보내며 동고동락해온 많은 동료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깊고 선명한 기억은 오랜 기다림 속에서 큰아이를 낳던 순간입니다. 큰아이를 낳기까지 두 번의 유산으로 평생 아이를 갖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에게 그 아이는 정말이지 기적처럼 제 품에 안겼습니다. 그 기쁨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을까요? 연기 생활에서 얻었던 그 어떤 성공을 통해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진정한 감격을 맛본, 정말 소중한 시간이고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사이 우리 가족에게는 둘째 아이까지 태어났습니다. 이제는 여덟, 두 살이 된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엄마가 된 다음 감당해야 할 일도 상상외로 많아졌고 내 삶에서 포기해야 할 일도 덩달아 많아졌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씩씩해야 하고, 모르는 게 없는 만물박사도 되어야 했습니다. 정말이지 ‘수퍼우먼’이 돼야만 하는 엄마라는 직업은 결코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숱한 드라마에서 아내 역할도 수없이 해보고, 아이 엄마 역할도 참 많이 해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 아이를 키우는 일은 드라마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 아빠가 연예인이라 불편하지 않을까? 그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언제나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탤런트 부모만큼은 아니라도, 우리 아이들의 작은 일상조차 같은 또래와 세간의 얘깃거리가 되는 요즘 세상에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스스로 두렵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죠.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아름다운 책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쨌든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부모이니만큼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거나 불편을 끼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매일매일 마음을 다지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 때문에 ‘엄마’가 되었고 그 이름으로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 있으니 생각할수록 감사한 일입니다.

언젠가 한 번, 오늘은 무슨 일로 아이들을 기쁘게 해줄까 고민하다 문득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기뻐하기 전에 내가 먼저 기뻐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기 전에 내가 먼저 행복한 사람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오늘도 우리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빛이 되는 건강한 사람들로 자라나게 해달라고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아이들이 내 삶의 뒷모습을 배우고 닮을 수 있도록, 내 삶도 더 건강하고 아름다워지기를 또한 기도합니다. 주변의 가정과 부모·자녀들의 크고 작은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늘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만 살았던 이기적인 나에게,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사랑을 알게 해준 두 아이가 나에겐 가장 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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