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형 아프리카 외교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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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에 아프리카는 여전히 멀고 생소한 미지의 땅이다. 물적·인적 교류의 폭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기회의 땅이다.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자원의 보고다. 앞을 생각하는 나라라면 아프리카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일본은 앞다퉈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는 한국 외교의 최변방에 방치돼 왔다. 정부가 대(對)아프리카 외교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어제 서울에서 한국과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 간 첫 장관급회의가 열렸다. 53개 AU 회원국을 지역별로 대표하는 15개국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장관급회의에 이어 열린 제2회 한-아프리카 포럼에서는 한국의 대아프리카 원조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서울선언’이 채택됐다. 2008년 1억800만 달러였던 공공개발원조(ODA)를 2012년까지 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또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아프리카 산업연수생 5000명을 초청하고, 해외봉사단원 1000여 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1960년대부터 비동맹외교로 아프리카에 발판을 구축한 중국은 거액의 원조를 무기로 아프리카 곳곳을 누비고 있다. 수십억 달러의 무상원조와 차관을 제공하면서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6년 10월 베이징에서 처음 열린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에는 무려 48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일본도 막대한 ODA를 쏟아부으며 아프리카에서 경제적·외교적 실리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물량 공세로는 어차피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을 당할 수 없다. ‘신(新)아시아 외교’가 그렇듯이 한국이 가진 고유한 장점을 활용해 그들의 마음과 가슴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60년대 초 한국은 아프리카의 가나와 경제·사회적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빈곤의 늪을 탈출, 선진국의 문턱에 올라선 반면 가나는 여전히 저개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다. 아프리카의 개발과 성장에 기여하는 한국형 아프리카 외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