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파학자 제작 역사교과서 채택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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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쿄〓오영환 특파원]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이 다음달 문부성에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공민(우리의 정치.경제) 교과서의 검정(檢定)을 신청한다.

이 단체는 일본의 대표적 우파 학자들로 구성돼 있어 검정신청에 대한 문부성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번의 교과서 검정신청은 지금까지 심포지엄.일반서적.만화를 통해 이른바 '자유주의' 사관을 전파해 온 일본 우파의 운동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 단체의 다카모리 아키노리(高森明勅)사무국장은 13일 "역사.공민 교과서의 검정 신청용 견본의 인쇄가 이달말 완성된다" 며 다음달 검정 신청계획을 밝혔다.

이 단체는 다른 교과서 회사와 마찬가지로 2개 교과서와 세트로 돼 있는 교사용 지도서와 학생용 학습노트도 만들고 있다.

교과서의 견본인쇄와 출판은 후소샤(扶桑社)가 맡았으며, 교과서 내용은 문부성이 검정의견을 낼 때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단체 회장인 니시오 간지(西尾幹二)전기통신대 교수가 지난해 펴낸 일반서 '국민의 역사' 에서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이 단체가 현 교과서의 종군위안부 기술을 반대한다는 활동을 펼쳐온 점 등은 어떤 형태로든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부성은 올 가을 이후 검정의견을 내며, 내년 2월까지는 검정의견에 따른 수정본에 대해 합격.불합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 단체가 만든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부성은 수정할 부분이 많을 경우 검정의견을 내는 시점에서 불합격 통보를 하거나 검정 신청자가 검정의견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도 불합격 처분을 내린다.

다카모리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가능한한 양보를 해서(검정의견을 받아들여서) 검정합격을 지향하는 것이 기본 방침" 이라고 말했다.

검정작업이 끝나면 내년 8월 전국 4백82개 지구 교육위원회는 통과된 교과서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된다. 채택 교과서는 2002년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된다.

이 단체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에 48개 지부를 설립한 것은 교과서 채택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사 교과서 핵심 집필자는 사카모토 다카오(坂本多加雄)학습원대 교수와 다카모리 국장(국학원대 강사)이다. 사카모토는 새 교과서의 요점으로 든 12가지 가운데 일제에 대해 '일본이 유럽과 같은 국가가 되기 위해 대륙 진출이 일어났다' 고 언급했다.

공민 집필자는 평론가인 니시베 스스무(西部邁), 미야모토 미쓰하루(宮本光晴)센슈(專修)대 교수 등 6명이다. 니시베는 "헌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떤 형태로든 쓰지 않으면 안된다" 고 밝힌 바 있다.

◇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1997년 1월 설립된 일본의 대표적 우파 학자 모임. 일본 역사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일본 고유의 역사.문명을 강조하며, 일본의 전쟁책임을 인정하는 기존의 역사관을 '자학사관' 이라고 비난해왔다. 회장인 니시오가 낸 '국민의 역사' 는 새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의 성격이 짙다.

95년 '자유주의 사관 연구회' 를 발족했던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도쿄(東京)대 교수와 전쟁을 정당화한 만화 '전쟁론' 의 저자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よしのり)도 핵심 멤버다. 현재 회원은 1만여명을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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