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가 양극화 이대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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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증시 자금이 코스닥시장으로 몰리면서 '코스닥은 돈풍년, 거래소시장은 돈가뭄' 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코딱지' 만한 코스닥시장이 졸지에 '코끼리' 로 변하면서 회사 이름에 '닷컴' 이나 '××텔' '××텍' 만 붙여도 주가가 몇배.몇십배 뛰는 기현상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내로라하는 실적우량 주식들은 한결같이 '왕따' 취급을 당해 올들어 거래소 종목 넷 중 셋꼴로 신저가(新低價) 기록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 상장기업들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벽에 부닥치고, 다가오는 주총에서 주주들의 질책이 두려워 기업마다 주가를 떠받치느라 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증시 중심이 거래소에서 코스닥으로 이동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으로 우리 증시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문제는 이 두 시장간 괴리의 정도나 속도가 지나치다는 데에 있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지난 8일 거래소를 추월한 데 이어 순식간에 두배 수준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모든 돈이 코스닥으로 몰려들고 있다. 가정주부.직장인.대학생은 물론이고 기관투자가들과 대기업마저 '코스닥 카지노' 의 한판 승부에 매달려 있다.

몇배 단위의 차익에 일단 맛들이고 나면 연간 수익률이 고작 20~30%인 거래소시장 실적우량주들이 성에 찰 리 없다.

국민 3명당 1명꼴로 주식계좌를 갖고 있고, 사이버 주식거래가 40%를 넘는 나라의 투자 행태가 이래서야 증시의 건전한 발전도, 주식자본주의의 성숙도 기대할 수 없다.

거래소시장의 '왕따' 현상은 상장기업들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평소 투자자 관리를 등한히했고, 주주에 대한 서비스나 주주 중시(重視)경영을 소홀히 한 데 따른 업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화와 신지식경영이 미래의 흐름인데도 기업지배구조와 경영관행은 여태 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마음은 떠나게 마련이다.

정보기술과의 접목으로 생산구조를 고도화하고, 스톡옵션 등 인센티브제 도입과 조직의 수평화 등 투자자를 붙드는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관리는 추가 하락을 막을 수는 있어도 주가 띄우기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신 경제와 옛 경제간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는 추세다. 거래소시장의 상장요건을 완화해 성장성있는 기업을 끌어들이고, 생명공학과 화상이동전화 관련 첨단주들을 테마주로 부상시켜 괴리를 좁혀 나가야 한다.

코스닥시장의 이상과열과 투기 열풍은 코스닥시장 건전화 차원에서 다스릴 문제다. 거래소시장 기업들이 진정 사는 길은 오너 가치를 더 중시했던 경영관행을 버리고 유망분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데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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