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기성전서 최규병에 불계승 연패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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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슈퍼컴퓨터 이창호9단이 드디어 밀레니엄 버그에서 탈출한 것일까.

이9단은 지난 14일 수많은 바둑팬들이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던 기성전 도전기 최종국에서 최규병9단을 135수만에 흑불계로 꺾고 대회 8연패에 성공했다.

3번기의 내용은 2승1패. 이번 도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최9단에게 16연승을 거둬온 이9단으로서는 힘겨운 승리가 아닐 수 없었다.

주요 대국에서 연전연승을 거듭하던 이9단이 최초로 제동이 걸린 시점은 1999년 12월 2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춘란배 세계선수권대회였다.

여기서 96년 이후 10연승을 거둬온 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9단에게 완패를 당한 것이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이창호라는 천적을 만나 악몽을 떨치고 승리를 따낸 마샤오춘의 정신력이 보다 크게 부각되었을 뿐 이9단의 패배는 그럴 수 있는 것 정도로 여겨졌다.

이9단의 연간 승률은 80%를 약간 넘는다. 5판 중 한판 꼴로 지는 셈이니까 이 패배가 이상할 게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 1월 4일,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에서 여성강자 루이나이웨이9단에게 패배하고 곧이어 기성전 도전기에서 최규병9단에게 첫판을 져 내리 3연패를 당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슈퍼컴퓨터 이창호가 어떤 이유에선지 밀레니엄 버그에 걸렸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9단은 주위의 지나친 관심과 추측에 귀를 막은듯 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이번 대국에서 다시 옛모습을 회복하여 완승을 거뒀다.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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