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바둑 주도권 한국 → 중국 ? 1인자 이세돌 빠져 큰 의미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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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중국 바둑이 계속 강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난 15년간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바둑은 위기감에 젖어 있다.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이 열리던 지난주 상하이에서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위빈(사진) 9단을 만났다. 42세의 위빈은 2000년 LG배 세계대회 우승자이고 중국 바둑계에서 잘 알려진 컴퓨터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다음은 위빈 감독과의 일문일답.

- 중국 바둑이 빠른 속도로 강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리그다. 중국리그는 기전 중 가장 큰 데다 12개 기업팀이 참가하는 단체전이다. 팀당 4명의 선수와 2명의 후보가 있으니까 최소 48명에서 72명까지의 기사가 생계 걱정 없이 바둑에 몰두할 수 있다. 50등 안에만 들면 되니까 다들 열심히 노력한다.”

- 중국리그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전통적 기전과 달리 베이징·상하이·쓰촨 등 각 지방을 연고로 하고 있어 지방 바둑팬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스폰서에는 선수 선발은 물론 소속 선수에 대한 거의 모든 권한을 주고 있어 기업들의 호응도 높다. 을조 리그(마이너리그)에서 두 팀이 올라가는데 이곳 역시 치열하다. 중국리그는 중국바둑의 견인차라 할 수 있다.”

- 세계바둑의 주도권이 서서히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중국은 이제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는가.

“그렇지 않다. 세계 일인자는 한국의 이세돌 9단이다. 이세돌이 빠진 상태에서의 승리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그렇지 않은가.”

- 중국에서 이세돌 9단의 휴직 사태에 대해 어떤 의견이 오가는가.

“냉정하고 차분한 의견들이 오간다. 이세돌 9단은 중국리그 구이저우팀의 주장이다. 성적이 빼어나 좋은 대우를 받고 있고 인기도 높다. 구리 9단 등이 만나 복직을 권유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복직을 해야 내년 중국리그도 참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세돌의 휴직은 세계바둑의 중대한 손실이고 스폰서들에나 대외 홍보에도 큰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중국도 이세돌을 꺾고 싶어하는데 이세돌이 나와야 바둑이 재미있지 않겠는가.”

- 바둑에 대한 정부 지원은 어떤가.

“대표적인 지원이라면 국가대표팀 운영 비용을 부담해 주는 것이다. 일류 기사들과 소년 유망주들이 거의 대표팀에 속해 있다.”

- 중국에서 신형 정석이 자주 나오고 있다. 중국은 집단연구로도 유명한데 감독의 역할은.

“강제는 아니다. 구리 9단 같은 일류 기사들이 모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감독의 일이다. 내부 리그도 있지만 자유로움을 최대한 살려주려 애쓰고 있다.”(과거 한국바둑도 이창호 9단이 낀 공동 연구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 구리·쿵제 이후를 맡을 중국바둑의 유망주들은 누구인가.

“천야오예·리저·저우루이양·박문요·구링이·스위에·퉈자시가 있고 멍타이링과 최근 우승을 한 순텅위…. 천야오예가 앞서 있지만 다들 강해 누가 정상으로 올라설지는 아무도 모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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