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괴초식에 능한 왕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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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본선 32강전>
○박영훈 9단 ●왕야오 6단

제1보(1~18)=왕야오 6단은 26세로, 유명한 관광지인 윈난성 쿤밍 출신이다. 1994년 11세 때 입단하여 벌써 프로생활 15년. 말하자면 중고 신인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이광배에서 저우허양 9단을 2 대 0으로 꺾고 생애 첫 우승을 맛보며 바둑이 달라졌다는 소문이다. 통합 예선 결승에선 한국의 잘나가는 신예 김승재 4단을 꺾었고 본선 1회전을 통과해 16강전에서 박영훈 9단과 격돌했다. 무협지 식으로 말하면 괴초식에 능한 기사라는 평. 박영훈 9단은 나이는 왕야오보다 두 살 아래지만 중량감에선 두 체급 정도 위의 기사. 그래서 박영훈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었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강세를 탄 중국 바둑의 힘이 무섭게 느껴지던 한 판이었다.

왕야오의 11이 개성적이다. 이 높은 굳힘은 예전 일본에서 많이 쓰였지만 최근에는 거의 보기 힘든 수. ‘참고도’처럼 두면 가장 평범하고 A에 벌려두는 변형 중국식도 많이 쓴다. 12로 갈라 칠 때 13은 실리의 요소다. 백이 B로 육박하는 것과의 차이.

박영훈은 14로 하나 응수를 물어 본 뒤(15는 변을 중시한 수, 뒤에 백 B의 수단이 남는다) 16에 갈라 쳐 차분하게 장기전을 도모한다. 힘 좋은 왕야오에게 구리 9단 등 중국의 일류들이 곧잘 KO 당한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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