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히코사카-조선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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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과격하고 두터우며 수비적인 黑의 일격

제3보 (38~61)〓바둑동네가 정신없이 돌아간다. 여성기사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이 이창호9단을 이기는가 하면 15세 소녀 조혜연2단이 중국의 펑윈(豊云)9단을 꺾고 있다.

그 조혜연은 지난해 루이나이웨이9단을 이긴 일도 있다. 그렇다면 조혜연도 이창호를 이길 수 있다는 얘기인가.

흑▲의 공격은 일견 과격하다. 유식한 바둑일수록 '참고도1' 의 흑1같은 차분한 수에 마음이 끌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백2로 벌리면 A의 급소가 당장 드러난다. 왼쪽 흑모양이 세력이 아니라 곤마로 돌변하는 것이다.

흑▲의 공격은 수비적인 공격이며 두터운 수법이다. 이 수에 백이 '참고도2' 처럼 대응하는 것은 최악이다. 상대가 가두려고 하면 본능적으로 머리를 내밀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마치 쳐놓은 그물을 향해 달려가는 참새와 다를 바 없다.

'참고도2' 는 백5의 빈삼각에다 흑6이란 급소 일격으로 한집도 없이 쫓기고 있어 행마로는 빵점인 것이다.

이럴 때는 38, 40처럼 우회해 돌파한다. 익혀두어야 할 행마법이다.

54에서 趙9단이 돌연 55로 파고드는 바람에 검토실은 깜짝 놀랐다. '가' 로 단수하고 '나' 로 지켜두는 수가 어마어마한데 55가 그보다 더 큰 곳일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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