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화가의 그림세계 초대 '…이중섭과 아이들'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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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어린이들에게 반가운 책이 한 권 생겼다.

아동문학가 강원희씨가 쓴 '천재화가 이중섭과 아이들' (예림당.9천원)이 바로 그 것.

청소년 시절부터 이중섭의 작품을 대하고 작품세계에 매료돼 그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찾아 보고 수집했던 저자가 이중섭의 삶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전하면서 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이해시키는 이중섭 전기다.

'한국의 고흐' 로 비견될 정도로 널리 알려졌지만 어린이들이 접하기엔 너무나 먼 존재이기만 했던 이중섭.

화가의 40년 생애를 주요 사건 중심으로 설명하는 이 책은 꼬박꼬박 높임체 문장을 사용해 이야기하듯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또 쉬운 어휘들을 골라 아이들이 이해하기 수월하도록 했으며 곳곳에 배치된 중섭의 그림과 자료 사진은 책 읽기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시인 고은씨가 이중섭의 예술과 생애를 오롯이 되살려낸 '화가 이중섭' (민음사)이 성인들을 위한 이중섭 평전이라면 이 책은 처음 나온 어린이용 평전이라 할 수 있다.

벌거벗은 아이들을 즐겨 그렸던 중섭을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한다.

해방이 되던 해 일본에서 돌아와 원산의 광석동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피며 그림을 그리던 무렵 중섭의 큰 아들은 디프테리아에 걸려 어떻게 손도 쓰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가고 만다.

그러자 중섭은 밤새 무릉도원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그림을 그렸다.

위로 차 왔던 친구 구상이 새벽녘에 일어나 "자네 뭘 하고 있나" 하고 묻자 "우리 아들 녀석 하늘나라 가면 심심하니까 길동무 하라고" 하며 그림을 계속 그리더란다.

그 후 중섭은 그 그림과 함께 아들을 광석동 뒷동산에 묻었다.

"중섭은 참으로 어린이를 사랑했으며 어린이 그림을 많이 남겼습니다. 어린이와 그들의 마음이 펼치는 세계를 가장 즐기고 사랑하여서 그의 화폭은 마치 어린이 놀이터였다고나 하겠습니다.

"

세속에 무관심했던 화가 이중섭을 대신해 그림 값을 대신 받으러 다닐 만큼 절친한 친구였던 시인 구상의 술회다.

일본인 아내와 결혼 한 중섭은 한국전쟁기간중 월남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내와 나머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낸다.

그 후 단 6일간 일본을 다녀온 것 말고는 영영 가족을 볼 수 없게 된 중섭이 사랑하는 아들 태현과 태성을 보고파 그린 것이 담뱃갑 은지에 그린 아이들 그림이다.

매번 편지를 쓸 때마다 중섭은 '물고기와 노는 세 아이' '두 아이와 복숭아' 등을 그려 보내며 보고싶은 마음을 삭여야 했다.

56년 9월, 그는 그렇게 그리던 아내와 아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끝내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병실에서 홀로 숨을 거둔다.

그때 그의 머리맡에는 구상의 '세월' 이란 싯귀와 "아빠가 일본에 가면 꼭 자전거를 꼭 사주겠노라" 란 약속을 생각하며 그린 '자전거를 타고 노는 아이들' 이 놓여있었다.

저자는 이중섭에게 있어서 아이들은 작품의 소재라기 보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아들에 대한 그리움의 투영이며 소망이 담긴 종교와도 같았다고 말한다.

"새 천년의 어린이들은 이제 피카소를 이야기하기보다 우리의 화가 이중섭을 먼저 얘기했으면 합니다. " 저자의 소망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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