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합리적인 정책이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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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호남고속철도 노선을 두고 충북 전체가 시끄럽다. 충북도민들은 '이번에도 충북 푸대접이냐' 며 정부.여당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달 초 국무총리와 건교부장관이 잇따라 충북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도민들은 천안역과 오송역이 공정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럴 경우 운행 거리는 약간 늘어날지 몰라도 'X자형' 의 국토 균형개발.공사비 절감.문화재 훼손 최소화 등 측면에서 오송역 안이 유리할 것으로 충북도민들은 믿어왔다.

지난 3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브리핑 자리에서 "퍽 합리적" 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오송역 안의 타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져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그러나 충북도의회측은 "정부가 지난 18일 인터넷을 통해 고시한 정부의 국토 기간교통망에 지명만 표시 안했지 천안역을 기점역으로 결정해버렸다" 고 들고 나왔다.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 도의회 의원들은 27일 비례대표 출신 의원 7명을 제외한 정당소속 의원 20명(자민련 17.국민회의 3) 모두 집단 반발해 탈당계를 냈다.

충북연대도 호남고속철도 노선에서 오송이 배제된데 대해 "분노한다" 며 성명을 발표했다.

건교부장관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며 수습에 나섰지만 충북도민들은 "도지사도 탈당해야 한다" 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앙돼 있'다.

이러한 정서 표출을 '감정적 대응' 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정부 정책이 합리성보다는 '약자 소홀히 하기' 나 '지역 눈치보기' 차원에서 결정된 예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충북은행 퇴출.옥천조폐창 통폐합.LG반도체 합병 등 일련의 정책 결정에서 충북도민들은 소외되곤 했다.

전국 최대 주산지인 충북도내 담배 제조시설을 폐쇄한다고 했다가 유야무야된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를 통해 당국자들은 합리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정책 결정은 공연히 민심 동요만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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