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TV와 경제, 그리고 국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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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일반인에겐 다소 낯설지만 국내에는 아리랑TV가 있다. 케이블 채널 50번과 해외위성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국책방송인지라 일반인의 주목은 그다지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최근 아리랑TV 직원들은 고무된 분위기다. 전혀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좋은 반응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TV는 힘이 세다' 는 말을 절감하고 있다. 위성방송의 위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8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을 대상으로 위성방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누가 아리랑TV를 볼까 '기대 반 의심 반' 이었다. 기껏해야 고국 소식이 그리운 교포들이나 보겠지 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외국 바이어가 예상 이상으로 보고 있는 것. 한국의 기업.상품 등을 소개한 경제관련 프로를 보고 상담문의가 쏟아졌다. 일종의 국가 마케팅 기능을 떠맡게 된 것이다.

실제로 성과도 좋은 편이다. IMF로 부도위기에 몰린 어느 가구회사는 중국.러시아 등에 1천4백만달러를 수출하게 됐고, 디자이너 천상두씨는 일류 백화점에만 납품하고 있는 중국 유수의 패션업체로부터 디자인 수출 제안을 받아냈다.

지난 10월에 열린 두바이 세계가구쇼에 참여한 어린이 가구 전문업체는 아리랑TV를 보고 찾아온 외국 회사와 수출상담을 수월하게 마치기도 했다.

TV가 한국경제를 대외로 알리는데 톡톡하게 기여한 것이다. '혜택' 을 입은 업체가 대부분 홍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그 사이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

통합방송법의 국회 문화관광위 통과로 이제 우리도 본격 위성방송 시대를 맞게 됐다. 지금까진 외국 위성방송에 따른 문화종속을 우려했지만 앞으론 우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는 문화주권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리랑TV의 사례는 그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최근 중국.동남아 등에 한국 드라마 수출이 늘어나면서 한국 상품의 판매 또한 신장됐다고 한다.

흔히 21세기를 이미지 시대로 부른다. 그런데 TV만큼 대중적 호소력이 큰 '이미지' 가 있을까.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TV의 책무가 더욱 중대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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