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진화 … 이번엔 ‘넷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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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막 유학에서 돌아온 28세 작곡가 미아(한효주 분)가 공항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의사 유길(김동욱 분)을 주차장에서 발견하고 그를 차에 태워 숙소로 데려간다.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튼다. 미아의 절친한 친구 세희(이채영 분)는 돈을 좇는 현실주의자 호텔리어. 하지만 평범한 남자 수호(케이윌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지난달 30일 케이블TV KBSN 드라마 채널에서 방영된 60분짜리 ‘쏘울 스페셜’의 내용이다. 겉으로만 보면 멜로드라마이지만 사실은 애초부터 기아자동차 ‘쏘울’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넷드(인터넷 드라마)다. 쏘울은 주인공들을 연결시켜주는 의인화된 캐릭터로 등장해 안테나를 움직이고 보닛 뚜껑으로 한효주를 통통 튕긴다.

광고가 넷드로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엔 제품이나 브랜드 홍보를 위해 뮤직 비디오 혹은 단편영화를 만들거나, 드라마·영화에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하는 제품간접(PPL) 광고를 하던 방식이 주였다. 그런데 이젠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가 있는 한 시간짜리 드라마를 만드는 것으로 한발 더 나갔다.

쏘울 스페셜은 9월 말부터 네이버와 싸이월드를 통해 매주 화·목요일 총 12회가 5분 분량씩 인터넷으로 방영됐다. 스토리는 이어지지만 한 편 자체로도 완결성이 있다. 한 편씩 공개될 때마다 네티즌의 관심이 높아져 넷드로는 최초로 200만 건의 접속을 기록했다. 드라마 속에 삽입된 케이윌의 타이틀 곡 ‘사랑한단 말을 못해서’도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1~3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나갔던 시리즈들을 모아 60분 분량으로 재편집해 방영하게 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에 브랜드 홍보를 녹이는 방식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라 부른다. 미국에서 BMW가 리안·왕자웨이·우위썬·토니 스콧 같은 쟁쟁한 감독들에게 BMW 홍보를 위한 단편영화 ‘더 하이어(The Hire)’ 제작을 2001년 맡기면서 본격화됐다. 등장한 배우도 마돈나·모건 프리먼 등 쟁쟁했다.

국내에서도 2006년 기아차 로체를 홍보하는 ‘아이덴티티’(김주혁 주연), 2008년 소지섭·이연희 주연의 쌍용자동차 액티언 소재 ‘유턴’ 이 인기를 끌었다. 모두 10여 분 남짓한 분량이었다.

쏘울 스페셜을 기획한 김동일 기아자동차 국내커뮤니케이션팀장은 “엔터테인먼트 형식의 광고도 일방적인 물량 공세로 소비자들에게 주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확산되게 만드는 게 대세”라며 “이렇게 했을 때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나 애착이 커진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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