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비 지원 직장인만 유리…의료보험료로 자격 정해 지역의보 가입자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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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사장에서 날품팔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金모(35.전주시 조촌동)씨는 저소득층 자녀의 유치원비 지원규정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의료보험료 납부액이 월 3만원 이하인 가구의 만5세 유치원생' 을 대상으로 월 8만원 이내에서 유치원비를 지원토록 돼 있는 규정에 따라 그는 딸의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공립유치원)비를 매달 3만원씩 꼬박꼬박 낸다.

金씨의 월평균 수입은 1백여만원, 월 지역의료보험료 부담액은 3만2천원(전부 본인 부담). 따라서 유치원비 지원대상이 아니다.

반면 중소기업체 직원인 같은 동네 친구 徐모(36)씨는 아들의 사설유치원비로 매달 8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徐씨의 월 평균 수입(보너스 포함)은 1백50만원, 직장의료보험료 납부액은 2만9천원(나머지 50%는 회사 부담). 따라서 유치원비 지원대상이다.

金씨는 "벌이가 더 시원치 않은데도 의료보험료를 3천원 더 내는 게 억울한데, 유치원비 지원혜택이 더 높은 소득자에게 돌아가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고 말했다.

저소득층 자녀의 유치원비 지원규정이 논란을 빚고 있다. 사회보장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규정이 만들어져 저소득층 사이에서조차 '소득역전'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저소득층 지원규정에 따라 지난 9월부터 유치원비를 지원하고 있다. 전북도 내에선 9~11월 1천9백여명이 6천9백여만원의 유치원비 지원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金씨와 徐씨의 사례처럼 사회보장 개념에 부적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저소득층들은 "이 규정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회사원.공무원 등에게만 터무니없이 유리하게 돼 있어 고쳐져야 마땅하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교육계는 공립유치원의 공동화(空洞化)현상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이 자녀를 사립유치원 쪽으로만 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 문제점의 시정을 건의했지만 내년에나 기준 변경을 고려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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