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차바지' 아프간 소년들 성매매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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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실내 공연장. 수십여 명의 남성들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분홍색 저고리와 보라색 치마를 입은 '무희'들이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눈썹을 진하게 그린 이들은 누가보아도 성적 매력이 넘치는 여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여자가 아닌 10대 소년들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장성과 고위 공직자 등 권력층에 강제적으로 차출당한 소년들이 이 같이 여자옷을 입고 성노리개로 착취 당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26일 보도했다. 이들은 무대에서 여성처럼 춤을 춰야 할 뿐 아니라 공연이 끝나면 성추행을 당한다. 그 '대가'로 받는 돈이 매번 30달러씩이다.

CNN은 "'바차바지'로 불리는 소년 성노리개는 아프간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온 관습 중 하나"라고 전했다. 지난 5년간 성노리개로 살았던 파르해드(19)와 자멜(20)은 "이렇게 살 바에야 신이 우리를 죽여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파르해드는 “13살 때 이웃 어른에게 납치돼 성추행 당한 후 성노리개 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프간에서는 성추행을 당한 사람은 가해자보다 오히려 더 심한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파르해드처럼 성추행을 당한 소년들은 성노리개 신분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CNN은 전했다. 이들은 잔치가 벌어지는 곳에 끌려가 춤을 추고 성추행을 당한다. 자멜은

“어린 동생들을 먹여살려야 하기 때문에 춤을 출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프간 독립 인권위원회의 무하마드 무사 마모디는 “강제적인 소년 성매매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오랜 전쟁을 겪고 있는 아프간 정부는 이런 악습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자멜은 "경찰은 성추행을 당한 현장을 보고 오히려 나에게 돈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가족들도 소년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지만 힘이 없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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