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서울U턴'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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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대적인 공공근로와 귀향장려 사업으로 한때 줄어들었던 서울시내 노숙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로 되돌아오는 탓이다.

노숙자 문제는 외환위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 이 아니라 고질적인 '사회문제' 로 떠오를 전망이다.

◇ 서울로 '유턴' 〓입시한파로 수은주가 뚝 떨어진 16일 오후 11시 서울역 지하도 일대. 경기회복을 웅변하듯 주가지수가 1천포인트를 돌파한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울역 지하도의 노숙자 풍경은 'IMF 원년' 이던 지난해와 달라진게 없다.

서울시와 경찰.시민단체가 이달 초부터 계속 노숙자 수용시설 입소를 위한 '심야 상담' 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관심없다는 노숙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崔모(47)씨는 "지방의 공사현장을 따라 떠돌다 일감이 떨어져 지난 12일 전남 순천서 상경했다" 며 "시설 입소보다는 일을 달라" 고 요구했다.

鄭모(45)씨는 "올초 경북 봉화군으로 숲가꾸기를 떠났다가 지난달 돌아왔다" 며 "함께 내려간 1백명중 남아있는 30여명도 다음달이면 일이 떨어져 서울로 올라올 수 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만 1백여명이 상경했다" 고 추산하고 "자유의 집 입소를 유도하기 위해 '고육책' 으로 음주를 다시 허용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 고질적인 사회문제화〓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의 전체노숙자는 3천5백명. 서울시는 다음달까지 1천5백명이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겨울 수준(4천8백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거리노숙자는 이달초 5백53명이었다. 최근 심야상담을 통해 3백30명을 입소시켰다. 그러나 아직도 4백35명(16일 기준)이 노숙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날씨가 추워져 지방의 건설현장에서 일거리가 줄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다" 고 강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계절적 요인과 '급한 불 끄기식' 공공근로 사업이 본질적인 한계를 나타낸 것으로 진단한다. 그럼에도 당국의 관심과 지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올해 76억원을 지원했던 보건복지부는 내년도에 71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며 서울시도 공공근로 예산을 큰폭으로 감축했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정원오(鄭源午)교수는 "경기회복에도 하류계층의 경제사정은 나아지지 않아 노숙자 문제가 장기화하고 있다" 고 진단했다.

鄭교수는 "임기응변식 대응은 효과가 없다" 면서 "노숙자의 유형별로 특화된 재활프로그램을 갖춘 노숙자 전문 복지관을 마련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장세정.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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