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 보유 B형 간염 휴식보다 적당한 활동이 '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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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 국민이 가장 신경써야 할 질환은 무엇일까. 인하대의대 홍재웅교수팀이 최근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질병부담률 1위는 B형 간염으로 나타났다.

질병부담률이란 질병이 얼마나 흔하고 위중하며 치료비가 많이 드는지 나타내는 보건지표. B형간염은 치료비만 연간 1조원이 넘고 성인 10명당 1명이 B형간염 바이러스를 지녀 세계 최고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 감염자의 혈액을 경계해야〓B형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을 타고 전염된다. 감염자의 혈액으로 오염된 주사기나 침에 찔리거나 면도기에 베이는 경우, 문신을 뜰 때 가장 위험하다.

감염자와 성교도 삼가야 한다. 성행위 도중 생긴 점막의 상처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잔을 돌리거나 식사를 같이 하는 것으론 전염되지 않는다. 침은 혈액에 비해 바이러스가 수백만분의 1에 불과하다.

◇ 건강보유자도 방심은 금물〓혈액검사 상 항원을 가지고 있지만 GOT 등 간염수치가 정상이며 황달 등 간염증상이 없는 사람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전재윤(全載潤)교수팀이 건강보유자 1백10명을 대상으로 간 조직검사를 실시한 결과 46%인 51명에게서 염증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액검사론 건강보유자지만 조직검사를 해보면 간염인 환자가 많은 것. 뒤늦게 간경변이나 간암이 발견돼 낭패를 보기 쉽다.

全교수는 "건강보유자라도 30세가 넘으면 간암 조기발견을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고 말했다.

◇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해야〓건강보유자든 간염환자든 간에 좋은 것을 취하는 것보다 간에 해로운 것들을 피하는 것이 첫째. 아직 간염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간에 치명적일 수 있는 성분 미상의 약물은 물론 녹즙과 같은 자연식품도 농축된 형태면 곤란하다. 일단 몸에 들어온 식품은 모두 간을 거쳐 처리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이 들어오면 간에 부담을 준다.

그러나 간염에 걸리면 무조건 쉬어야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한양대병원 내과 이민호(李敏浩)교수는 "간염엔 절대 안정보다 적당한 활동이 좋다" 며 "과도한 업무만 아니라면 '간염이라고 해서 '직장을 그만둘 이유가 없다" 고 강조했다.

◇ 제픽스는 간염환자만 복용해야〓최근 국내'의료계'에 도입된 제픽스(성분명 라미뷰딘)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B형 간염치료제. B형 간염에서 비롯된 간경변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19일 열리는 대한소화기학회에선 카톨릭의대 김부성교수팀과 삼성서울병원 고광철교수팀이 제픽스가 간경변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를 내놓을 예정.

그러나 제픽스가 만능은 아니다. 바이러스를 죽이진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보유자가 복용해선 안된다.

全교수는 "제픽스는 ▶e항원 양성 ▶바이러스DNA 양성 ▶GOT 등 간염수치의 증가란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간염환자가 의사의 처방하에 복용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제픽스에 대한 보험적용도 혈액검사상 간염수치가 정상보다 3배 이상 높은 심한 간염환자에 한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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