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정국' 한발 뺐던 자민련 "이러다 잊혀질라"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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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민련의 목소리는 어디서 들을 수 있는가…. " 요즘 자민련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푸념과 걱정의 소리다.

중앙일보 탄압사태에 초점이 맞춰진 20일간 국정조사, 그 직후 터진 언론장악문건 파문 등 40일간 가파른 여야 대치의 한복판에는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있었다.

자민련은 정국격랑의 중심에서 밀려났고, 자연히 언론보도의 횟수도 떨어졌다. 자민련은 4일 독자적 이미지를 다듬기 위해 대규모 '신보수 대토론회' 를 열었지만 언론의 관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 탓인지 '토론회에 참석한 '충청 출신 한 의원은 "언론문건 정국에서 지도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이런 결과를 낳았다" 고 답답해했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다른 의원은 "지난 40일간 우리당이 한 일은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해임건의안때 '국민회의 2중대' 역할뿐" 이라고 자조섞인 얘기를 꺼냈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심기를 의식한 때문인지 김종필(金鍾泌)총리와 박태준(朴泰俊)총재가 너무 조용했다" 고 아쉬워했다.

그런 기류가 반영됐는지 지도부는 5일부터 논평도 내고, 정국수습책을 내놓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朴총재의 한 측근은 "다음주 朴총재와 金대통령의 주례회동에선 문건정국 수습방안을 적극적으로 건의할 것" 이라고 예고했다.

다른 핵심 당직자는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진흙탕 싸움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게 지금까지 지도부의 인식" 이라며 "그러나 언제까지 '잊혀진 자민련' 으로 남아 있을 순 없지 않으냐" 고 반문했다.

자민련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언론문건파문이 장기화되면서 朴총재의 집념이 담긴 중선거구제 관철, 명예총재인 金총리의 합당복귀 등 정국관리 일정이 헝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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