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山城宏-강지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강지성 두텁게 흑진 쌓고 느긋한 대응

제2보 (26~49)〓소년 기사와의 대국이 부담스운지 야마시로9단은 가끔 姜3단을 건너다 본다.

홍안의 姜3단은 수에 몰두해 무아지경이다. 소년의 강점이다. 그들의 어린 마음은 반전무인(盤前無人)이란 최고의 경지를 저절로 이루곤 한다. 34까지 우변을 분할했을 때가 기로다. 姜3단은 오랜 숙고 끝에 35의 낮은 포복으로부터 43까지 귀를 파냈는데 이 수에 대해선 찬반이 나누어졌다. 백이 지키면 큰 집이 되니까 이 수를 나쁘다고 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TV 해설의 홍태선7단은 조훈현9단 등과 숙의를 거듭한 끝에 이 장면에선 '참고도1' 처럼 흑1, 3으로 좌하를 지키는 것이 의외로 실전적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흑1, 3같은 수법은 너무 집에 노골적인데다 상대를 굳혀주는 단점이 있어 약간 저급의 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우하 백이 튼튼해 굳혀줘도 아까울 게 없고 흑집이 아주 두툼해 실속이 그만이라는 것이다.

44는 백전노장 야마시로9단의 기민한 착상. 여기서 姜3은 당연히 '참고도2' 흑1로 막고 싸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순히 물러섰다. 피곤한 싸움보다는 47까지 등을 두텁게 한 다음 49로 뛰어들어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인데 이같은 姜3단의 느긋한 자세에서 젊은이답지 않은 심모원려(深謀遠慮)가 느껴진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