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봉’의 비상을 기대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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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32강> ○ 황이중 7단 ● 허영호 7단

제11보(130~147)=백△석 점이 잡히며 승부가 결정됐다. 백은 130으로 뚫게 됐는데 대가 치고는 너무 작아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황이중 7단이 146에 둔 것은 던지겠다는 표시. H조의 허영호 7단은 2승1패의 성적으로 16강에 올랐다.

허영호 7단은 매스컴이나 외부에선 ‘꽃미남’으로 통하지만 동료 기사들 사이에선 ‘허봉’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후배인 김지석 6단조차 친근하게 ‘허봉’이라 하기에 무슨 뜻이냐 물었더니 “사람 좋고 순해서 붙은 별명이 아닐까요”라고 되묻는다.

아무튼 그동안 허영호의 성적은 애매했다. 국내 랭킹을 보면 2006년 20위, 2007년 22위, 2008년 19위. 신예 기사로는 중위권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굴곡도 없었지만 시원하게 한번 차고 오르는 맛도 없어 ‘역시 허봉이구나’ 싶었다. 그런 허영호가 최근 발표된 랭킹에서 드디어 10위에 턱걸이했다. 1위 이세돌 9단과는 150점 차이라 한참 멀지만 신예 최강으로 꼽히는 5위 강동윤 9단과는 불과 28점 차이여서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다.

올해 ‘허봉’이 조용히 날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배 본선까지의 험난한 길을 거쳐 지난해 4강이었던 황이중 7단마저 완벽하게 제압하고 16강에 진출하면서 오랜만에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 기보가 나갈 때쯤이면 16강전과 8강전은 끝나 있을 것이다. 허영호의 16강전 상대는 저우허양 9단. 한 체급 위의 기사지만 상승세를 살려 꼭 선전하기를 기대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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