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아귀 '고기반 얼음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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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식집을 하는 李모(49.울산 남구 삼산동)씨는 수입아귀를 살 때마다 기분이 언짢다.

지난 9일 부산의 단골 거래처로부터 20㎏들이 아귀 한 상자(4마리)를 13만원에 구입했지만 얼음을 녹이고 보니 아귀 무게는 16㎏밖에 되지 않았다.

수입아귀가 '고기 반(半) 얼음 반(半)' 이다. 아귀를 급랭(急冷)하는 과정에서 물을 많이 넣기 때문이다. 냉동 아귀 한 상자 중 20~25%는 얼음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음식점 등은 아귀 수입업자에게 항의하지만 이들은 "중국에서 냉동하면서 얼음을 많이 섞어 어쩔 수 없다" 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수산 당국도 "수입 아귀 검사는 신선도만 따지고 얼음 함량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다" 며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아귀를 울며 격자 먹기로 구입해야 하는 수요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 아니다.

국산 아귀는 수입아귀에 비해 거의 2배 정도 비싼데다 구하기도 어려워 아귀 요리 전문식당들은 국내산과 맛이 비슷한 중국산 아귀를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원 金모(45.부산 금정구 부곡동)씨는 "수입회사와 관계당국의 무관심 속에 소비자들만 값 비싼 아귀를 먹는 꼴" 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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