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양곤마 총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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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32강> ○ 황이중 7단 ● 허영호 7단

제9보(103~119)=103은 잠시 흔들렸던 허영호 7단이 이성을 찾았음을 보여 준다. ‘참고도’ 흑1로 두면 당장은 선수지만 장차 백4의 붙임이 너무 쓰라리다. 하변 공격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중앙 대마가 A의 삶이 확보돼 있는 탓에 소위 ‘엮기’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103은 후수지만 백 대마의 눈을 뺏고 있고 두텁다.

황이중 7단은 104를 선수하고 106으로 끊어 잡으며 맹렬히 추격한다. 쉽지 않은 흐름이고 아차 하면 역전되는 바둑이다. 허영호는 침착하게 111, 113으로 두 점을 챙겼는데 사실 실리로는 113보다 114가 크다. 허영호는 103 때부터 집보다는 두터움 쪽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런 자세는 마음이 잘 안정돼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초조할 때는 집 쪽으로 손이 나가게 된다).

형세를 살펴보면 흑도 이미 집으로는 우세를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무난히 계가한다면 덤이 부담스러운 국면이다. 그러나 오늘따라 허영호의 행보는 묵직하고 안정돼 있다. 두터움을 이용해 ‘공격’으로 승부를 본다는 것이 허영호의 막판 시나리오인데 115부터 117, 119까지 세 수가 호쾌하면서도 박자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백은 중앙과 하변이 얽혀 그야말로 양곤마다. 황이중의 이마에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히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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