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립대 등록금 예고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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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년부터 사립대 등록금이 오를 것 같다. 교육부 방침에 따르면 사립대 등록금 인상을 완전 대학자율에 맡기고 각종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원론적 입장에서 볼 때 등록금 자율화와 세제지원 방안은 정부가 일찌감치 마련하고 추진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등록금 자율화가 곧 등록금의 무한정 인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가서도 안되고 갈 수도 없다.

자율화에 따른 대학경영의 투명성과 재원확보에 대한 별도의 노력 없이는 학생들의 반발만 키울 수가 있다.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정책은 이미 89년에 발표된 것이다. 사립대 납입금과 국립대 기성회비는 대학의 장(長)이 결정토록 돼 있는 것이다.

자율화정책 발표 이후 대학마다 학생들이 등록금 동결투쟁을 벌여 사실상 대학이 자율화를 '반납' 하거나 포기해버린 결과가 지금껏 내려왔을 뿐이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경제난을 감안해 등록금 동결을 정부가 권고했을 뿐이다.

전체 사립대의 80% 이상이 등록금에 의존하는 실정에서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인상의 불가피성에 비례한 만큼 학생들의 반발 또한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일부 대학가에선 기성회비 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한다면 그동안 잠잠하던 대학가가 등록금 인상 반대투쟁으로 다시 분규가 일어날 것은 뻔하다.

등록금 인상 문제를 대학이 알아서 하라고 정부가 선심 쓰듯 내놓는다 해서 그대로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사립대 등록금은 국립대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연간 인문계 등록금 4백만원에 예능계 5백30여만원, 의.치학계 6백만원 수준이다.

우리 경제형편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미국.일본에 비하면 그래도 낮은 편이다.

미국 명문사립대의 경우 2만4천달러, 우리 돈으로 2천8백만원 정도다. 주립대의 경우 1만~1만3천달러 정도다.

일본 사립대의 경우 입학금과 수업료를 합쳐 평균 1백20만엔으로 미국 주립대 수준이다. 우리 사립대 등록금은 미국 주립대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시설.수업내용은 별개로 하고 등록금의 수평비교로는 우리 대학의 납입금 수준이 매우 싼 편임은 확실하다.

더구나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미국의 경우 75%, 일본의 경우 55% 수준임에 비해 일부를 제외한 우리 사립대는 1백%에 달한다.

인상요인은 높지만 자율적 인상을 막는 문턱 또한 높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먼저 대학은 예산집행의 공개성.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인상의 불가피성을 대학 구성원들에게 주지시키고 이를 단계적 계획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등록금 예고제를 대학입시요강 발표와 함께 실시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올해 등록금은 얼마라는 예고를 통해 신입생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예고를 통해 미리 알고 입학한 이상 등록금에 대한 시비가 줄어들고 학내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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