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녀의 '현장보고서' 두권이 교육계에 주는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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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이노우에 로미 (18) 와 이노우에 도코모 (51) .일본 가나카와현 아마토시에 살고 있는 모녀다. 그들에게는 팔.다리가 성치않고 얼굴 생김이 보통 사람과 좀 다른 한 사람이 있다.

로미의 오빠다. 단지 이런 이유로 로미는 학교에서 이지메 (집단따돌림) 를 당한다. 오빠 역시 그 이지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로미의 '17세' (강영숙 옮김.자연사랑) 는 그로 인해 자신이 겪은 이지메의 현장을 고발하는, 도코모의 '모업실격 (母業失格) - 엄마의 자격상실시대' (이규원 옮김.자연사랑) 는 아들과 딸이 당한 이지메를 경험하고 쓴 집단따돌림에 대한 현장보고서다.

이 두 권은 지난 3월 일본에서 동시에 나와 두 달 만에 1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면서 일본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역시 국내에도 함께 출간된 이 책은 쓰여진 용어만 다를 뿐 따돌림의 행태는 고스란히 우리를 닮아있어 관심을 끈다.

'17세' 의 주인공 로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따돌림을 경험한다. 그 따돌림은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서도 계속되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학교 선생님에게 울면서 호소해 봤지만 "좀 더 두고보자" "양쪽에 다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란 무성의한 답만 들을 뿐이었다.

이때부터 어른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로미는 지금 미니스커트에 종아리를 덮는 헐렁헐렁한 루즈삭스를 신은 채 귀거리를 달고 다닌 전형적인 일본 여고생이 돼 있다.

친구와 교사들로부터 경험한 우울함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후 책의 말미에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며 어른들을 향해 던지는 한마디는 신랄하다.

"요즘 애들이 지나치게 유행만 쫓는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이런 소비를 조장하며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것은 어른이며 원조교제에서 보듯 어른들은 돈을 매개로 아이들의 인격을 유린한다" 는 것이다.

"너의 체험을 한번 솔직하게 표현해 보렴" 이라며 딸에게 글쓰기의 동기를 제공했던 어머니 도코모는 사실 로미 보다 먼저 고통스런 체험을 기록해 왔었다.

로미가 4살 때 이혼하고 두 자녀를 길러낸 도코모는 장애아인 아들에 대한 주변의 편견과 따돌림, 이지메가 딸에게 이어지는 충격, 고통을 호소하는 자신에게 '극성스런 부모' 라는 딱지를 붙이는 학교에 대한 분노 등을 책에 담고 있다.

실제 따돌림과 희롱에 무수한 수난을 겪은 아들은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고등학교에서 농구부 주장을 맡을 만큼 씩씩하게 자랐다.

이 두 책에는 이렇게 되기까지의 어머니의 노력과 동생의 뒷받침이 생생하고 눈물겹게 펼쳐지고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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