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원장의 과제] 사법개혁 마무리가 최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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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종영 신임 대법원장 지명자에 대한 법조계의 중론은 "무난한 인사" 라는 것이다.

원칙론자로 분류되는 그가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중앙선관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합리적이면서도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崔대법원장 지명자가 사시 13회인 만큼 사법부의 세대교체 등 인사개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며 실망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崔대법원장 지명자는 영욕으로 얼룩졌던 20세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대법원장이다.

동시에 그는 21세기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과 위상을 정립해야 할 막중한 책무도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구축이 시급하다는 게 법조계의 이구동성이다.

의정부.대전 법조비리 사건을 거치면서 사법부의 위상과 권위는 크게 실추됐다.

당시 사법부에 가해졌던 여론의 뭇매는 해방 이후 반세기 동안 차곡차곡 쌓여온 국민적 불만과 불신의 집약적 표출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법부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형식적이고 강제적인 권위' 에 의존하지 말고 국민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경을 보낼 수 있도록 새롭게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원의 문턱을 실질적으로 낮추고, 정치.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 법과 정의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를 거듭나게 해야 할 책임이 崔대법원장 지명자에게 주어진 것이다.

崔대법원장 지명자는 또 '사법개혁의 완수' 란 과제도 안고 있다.

윤관 (尹관) 전 대법원장이 초석을 마련한 사법개혁 작업을 마무리해 국민에게 법률로서 봉사하고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가는 사법부의 모습을 세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법원 내부에선 고질적인 인사적체 해소와 법관 업무량 경감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崔대법원장 지명자가 젊고 유능한 법관들이 줄줄이 사표를 쓰는 이유를 헤아려 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법관들은 또 신임 대법원장이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고 사법부 고유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종영 시대' 의 문을 연 사법부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나갈지 주목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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