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노벨상 못 타는 건 연구에 몰두 않는 학풍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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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구 13억에, 과학기술도 선진국 못지않다고 자랑하는 중국이 매년 가을에는 기가 죽는다. 자국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해서다. 최근 중국계 영국인 찰스 K 가오가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자 중국 내에선 자탄의 목소리까지 더 커졌다.

1901년 노벨상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수상자는 539명. 이 중 외국 국적의 중국인 8명이 물리학상·화학상·생물학상·의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경보(新京報)는 9일 “해외 화교들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중화민족의 자질을 보여주는데도, 중국 내에서 수상자가 나오지 못한 이유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를 지원해야 할 대학이나 행정기관이 학자 위에 군림하는 현재의 학풍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희망이 없다”는 분석도 했다. 신경보는 대학이나 연구소 내 학자들의 권력 지향적인 풍토도 꼬집었다. “학자들이 연구나 학문적 성과보다는 조직 내 직위에 더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이 신문은 “중국에선 명망 있는 학자가 어느 정도 학문적 성과를 거둬 이름이 나면 보직 경쟁에 뛰어들어 학문적 성과를 축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경보는 개선안으로 “학자가 연구에만 몰두해도 명예와 물질적 보상이 보장되는 풍토를 정부가 조성해야 최초의 중국 국적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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