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 대검 ‘14년 분계선’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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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철망 철거 전(위)과 후의 모습. [대검 제공]

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과 대검찰청에선 포클레인 소리가 울려퍼졌다. 두 기관 사이를 가로지르는 320m 길이의 화단에 나무와 꽃으로 친환경 울타리를 놓는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같은 곳에 있던 어른 키 높이의 철망이 사라진 것은 지난달 말이었다. 철망은 1995년 대법원·대검 청사가 서소문에서 서초동으로 옮겨올 때 만들어져 14년간 ‘군사분계선’처럼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8월 김준규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철망 제거 논의가 본격화했다. 김 총장은 이용훈 대법원장과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취임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대법원과 대검 사이의 철망은 국민들 보기에 좋지 않고, 업무 효율도 떨어뜨린다”며 “철망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서로 쉽게 오갈 수 있어야 하는 형사·사법 기관이 철망으로 갈려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김 총장의 제안에 대법원 측도 흔쾌히 동의했지만 울타리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웠다. 대법원 청사는 엄격한 보안규정에 따라 울타리를 갖춰야 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대법원과 대검은 철망을 없애는 대신 친환경 울타리를 놓기로 합의했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법원과 검찰이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김 총장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본질적인 변화로 보기는 힘들다” “작은 것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법원 측은 “보안상 필요한 경계선을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울타리로 대체하는 것일 뿐”이라며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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