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각종 지원대책 재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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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8.15경축사를 뒷받침하는 후속 지원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후속대책들은 한결같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에 이견 (異見) 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충분한 검토 없이 대책들이 급조되는 바람에 곳곳에 구멍이 발견되고, 특히 재원 (財源) 조달에 관한 구체적 언급들이 없어 과연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농어민 빚보증 7조원을 정부가 대신 서 '빚보증 공포' 에서 해방시키는 일은 획기적이다.

그러나 농어민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갚아야 하고, 이 돈은 정부재정으로 메워지기 때문에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

또 국민생활기초생활보장법의 경우 일할 능력이 있는 자활보호대상자에게도 최저생계비 수준의 지원을 약속해 직접적인 지원대상자를 3배로 늘렸다.

그러나 그에 필요한 예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근로자 전세자금을 3천만원으로 배로 올리고, 연간 10조원 이상의 국민주택기금을 확보해 주택건설자금의 대출금액을 확대하고 금리도 내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체적 언급이 없다.

저소득층 중.고생 40만명에 대해 내년부터 학비를 전액 면제해주고 대학 및 대학원생에 대해 학비융자를 확대하고 금리도 낮출 계획이다.

면제대상자의 학비 역시 정부가 대신 내게 돼 있다.

이 금액은 이미 예산당국과 합의됐다지만 내년까지 모든 학교에 컴퓨터실습실은 무슨 돈으로 만들 것인가.

무릇 부처 단위의 후속조치는 그 실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을 담아야 한다.

먼저 발표만 해놓고 시행단계에 가서 재원이 마련되지 않아 유야무야된 시책이 어디 한둘이던가.

또 시행 첫해에 극히 일부만 예산에 반영해 놓고 이듬해부터 예산확보가 안돼 시행이 유보되는 사례 또한 적지 않았다.

금융부실 해결에 앞으로 공적자금이 얼마가 더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고, 이미 재정적자가 과중한 상황에서 예산투입을 무작정 늘려나갈 수는 없다.

그러잖아도 설익은 정책을 여과없이 불쑥 발표했다가 부랴부랴 철회함으로써 정책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 요즘이 아닌가.

부처마다 대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낼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 공표함으로써 대책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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