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소유자 모두 동의받아라'…수해주택 재건축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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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4리 수해주택 소유주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96년과 올해등 두차례의 침수로 집이 많이 망가졌지만 재건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16일 오후2시30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4리 17의92 읍시가지내 주택가.

수해로 천정이 무너져 내린 15평 짜리 주택 안에는 복구작업을 벌이는 사람이 전혀없다.

멍한 표정으로 집 주변의 수해쓰레기를 줍던 땅주인 민병호 (閔丙浩.53) 씨는 "신축은 포기해야 할 판" 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閔씨는 "집을 새로 짓기 위해서는 같은 번지수로 묶여 있는 공유지분 공동소유자 70여명 모두로부터 건축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 며 목소리를 높였다.

閔씨는 "집이 사실상 모두 부서졌지만 '전파' 보다 복구 지원비가 1천3백50만원 적은 '반파' 로 신고할 수 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반파주택은 보수가 가능하지만 전파주택을 신축하려면 땅 공동소유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해로 가장 큰 침수피해를 당한 문산4리는 과거 논이던 자리에 주거 및 상업지구가 형성되면서 대규모의 공유지분이 생겼다.

이번에 5백여가구가 침수됐고 이중 3분의 1 가량은 안전을 위해 재건축을 해야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 동네에는 동일 번지내에 평균 20~30가구가 살며 공유지분을 형성하고 있다.

반파 및 침수주택의 보수는 당국의 허가없이 가능하다.

그러나 반파 또는 침수 주택이라도 일단 헐어낸 뒤에는 전파 주택과 마찬가지로 공유지분 소유자 전체의 동의 없이는 재건축을 할 수 없도록 건축법에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기고 재건축을 했다간 무허가 건물로 남게 되는데다 시로부터 사직당국에 고발당해 형사처벌과 벌과금을 감수해야 한다.

문산4리 10의1 상가건물 소유자였던 주민 안병건 (安秉建.60.회사원.서울 은평구 갈현동) 씨는 "15평 짜리 건물이 전파됐지만 공유지분 공동소유자 23명의 건축동의를 받기란 어려운 일이어서 건물 재건축은 포기하고 있다" 고 말했다.

安씨는 또 "문산4리 17의 92에 있는 12평 짜리 주택을 세놓고 있는데 지난 96년에 이어 이번에도 침수피해를 당했다" 면서 "천정이 튀틀리고 벽체 곳곳에 금이 가 새로 지어야 하지만 같은 이유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문산4리 10의1 이효진 (李孝珍.60.상업) 씨도 비슷한 사정. 李씨는 "3년새 두번의 침수로 망가진 주택 60평을 헐어냈지만 재건축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며 "나머지 한채 20평도 침수로 집이 뒤틀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상황이지만 새로 짓지 못하고 수리중" 이라고 말했다.

수해주택 주민들은 "재해으로 인한 재건축인 만큼 최소한 원상태 대로의 재건축은 공유지분 소유자 동의 없이도 가능하도록 해달라" 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 "시와 주민들이 당초 추진했던 항구복구를 겸한 재개발을 시급히 재개해 줄 것" 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 '공유지분에 얽혀있는 수해주민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원상복구 수준의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해 줄 것' 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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