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폭력묘사 팝음악 '연소자불가'로 완화되자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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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지난 6월 팝음반 심의에서 '금지곡' 이 사라지고 가사 내용이 연소자에 부적당한 음반이라도 '연소자 (18세 미만) 이용불가' 딱지를 달면 발매 가능하도록 법령이 바뀌면서 가사에 폭력.섹스.마약 관련 묘사가 많아 출시되지 못했던 갱스터랩.하드코어 음반들이 시중에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정서와 충돌소지가 많은 음반들이라 연소자의 구입을 철저히 막는 등 실효성있는 단속이 전제되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팝음반 심의기관인 영상물 등급위원회가 6.7월중 판정한 '연소자 이용불가' 음반은 모두 25장. 이중 최초로 출시된 '러프 하우스 (갱스터랩 전문레이블) 히트곡 모음집' 은 1주만에 5천장이 팔리는 인기를 모았다.

여기 수록된 곡중 래퍼 팀 독이 부른 '퍽 콤프톤' 은 욕설 'F - ' 이 제목에 깔려 과거엔 절대 통과될 수 없었던 곡. 이와 비슷한 수준의 욕설.묘사를 담고있는 갱스터랩 음반 7장이 이달중 잇달아 출시된다.

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 컴백 홈 '과 표절시비를 일으켰던 힙합그룹 사이프러스 힐, 최근 독집 '아이 앰' 으로 빌보드차트 톱에 오른 솔로래퍼 나즈, 솔 (강렬한 창법이 특징인 흑인음악) 느낌이 강한 랩으로 인기높은 4인조 '본 석스 앤 하모니' 등의 음반이 그것. 갱스터랩의 거친 언사를 메탈선율에 얹은 하드코어 장르 음반도 잇달아 출시됐다.

지난해 저속한 욕설이 삽입된 수록곡 때문에 출시되지 못했던 밴드 '콘' 의 3집 '리더를 따르라 (Follow the Leader)' 가 7월말 나와 1주만에 3천장이 팔렸다.

갱스터랩.하드코어는 올터너티브.테크노와 함께 90년대 팝의 4대 조류로 꼽힌다. 대부분 빈민가나 전과자 출신 흑인들이 부르는 갱스터랩은 욕설과 폭력묘사를 통해 인종차별.빈부격차 등 미국사회 모순을 비꼬아 왔다.

초기엔 유해론도 대두됐지만 미국의 현실을 숨김없이 고발했다는 옹호론도 강했다. 최근엔 팝의 한 장르로 정착한 단계. 어쨌든 이들 장르가 국내에 합법적으로 상륙한만큼 가사가 주는 영향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보호위원회 관계자는 "불가판정 받은 음반수가 얼마안돼 아직 단속에 나서지않았다. 그러나 이 음반들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앞으로 학부모.시민단체와 공조해 위반행위를 단속할 방침" 이라 말했다.

이와 달리 팝계 관계자들은 "성적.폭력적 내용은 영화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노출된지 오래다. 또 미국인들도 알아듣지못하는 빠른 랩가사가 우리에게 영향력을 미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두 장르는 초기의 저항성을 잃고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팝' 음악일 뿐이다" 며 "사운드 자체에 심취하는 매니어들이 음반당 1만장 정도씩 구입하는 수준에 그칠 것" 이라 전망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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