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아프리카 비극 불러…내전.기아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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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다이아몬드는 넘쳐나는데 밥을 굶는다 (?) .어처구니없는 이 명제가 성립되는 곳이 아프리카다.

아프리카 대륙은 호주.러시아와 함께 다이아몬드 원광석의 주산지다.

생산량은 전세계 수요량의 절반에 달한다.

물론 원광석으로 전량 수출된다.

그럼에도 해마다 수백만명이 굶주림에 쓰러진다.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는 천혜의 자원 다이아몬드가 오히려 국가를 파괴하는 내전의 연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 다이아몬드 = 스웨덴의 국제평화문제연구소 (SIPRI) 는 최근 아프리카 대륙에서 빚어지고 있는 내전.분쟁이 이념 또는 종족갈등에서 점차 다이아몬드 채굴권 등을 둘러싼 경제전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아프리카의 내전.분쟁 지역은 앙골라.콩고.시에라리온 등 12곳. 이들 대부분이 다이아몬드 등 천연자원 매장지역에 대한 소유권 다툼 지역이다.

악명 높은 시에라리온의 내전은 다이아몬드 등 부존자원이 풍부한 서부 해안지역 쟁탈전이다.

정부군과 반군이 이곳을 서로 차지하겠다며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르완다.짐바브웨.우간다 등 6개 국가가 관여해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내전 역시 콩고의 다이아몬드 광산에 주변국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이아몬드는 분쟁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분쟁을 장기화하는 자금줄 구실도 한다.

뉴욕타임스지는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앙골라.콩고.시에라리온의 반군들이 장악한 광산에서 연간 수억달러어치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있으며 반군들은 이를 돈줄로 삼아 탱크와 소총, 심지어는 군복.맥주까지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 기아 = 다이아몬드가 분쟁의 연료로 타들어가면서 아프리카 대륙은 전쟁과 황폐화, 기아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FAO) 는 9일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 내전과 가뭄.병충해 때문에 1천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아 상태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위기에 직면해 있는 아프리카 국가는 앙골라.소말리아 등 16개국으로, 대부분 분쟁지역과 일치한다.

정부가 반군.주변국과의 전쟁에 몰두하느라 가뭄과 병충해에 대처할 여력이 없는 탓이다.

에리트레아와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무려 5백만명이 식량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고 소말리아에서는 가뭄과 작물의 해충 피해로 50만명이 아사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FAO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앙골라 반군들은 조직적으로 도로를 차단하고 식량배급용 구호차량에 대해서도 매복 공격을 감행하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대규모 아사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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