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는 남이다?' 비뚤어진 한국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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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시애틀 상공에 'J What time is it now'라는 문구의 스카이 배너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한국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아이돌 그룹 '2PM'을 탈퇴하고 시애틀에 있는 전 리더 박재범(J)을 응원하기 위한 팬들의 메시지였다. 같은 날 한국 MBC-TV에는 "해외교포 '도둑진료' 급증"이라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주민등록번호만으로 진료가 가능해지자 건강보험료를 내지않고 보험 혜택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한 인터뷰를 인용 해외교포를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도둑' 중 하나로 지목했다.

공교롭게 같은 날 대한민국은 해외동포에 대한 이중잣대를 드러냈다. 최근 한국서는 이른바 '2PM 재범' 사태가 한달째를 맞으며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사춘기 남자아이가 친구랑 한 말을 갖고 '마녀사냥'을 했다는 반성이다. 이런 가운데 MBC-TV 뉴스는 또다시 해외동포를 걸고 넘어졌다. 보도는 '해외동포=도둑'이라는 등식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0월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건강 보험료를 한번만 내도 보험 혜택을 주니까 큰 병에 걸린 해외동포들이 모두 비행기를 타고 오더라"라는 부정적 시각의 연속인 셈이다.

현재 한국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해외환자 의료관광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한국 대형병원들은 해외지부를 설치하고 설명회를 여는 등 동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을 반긴다고 하면서 뒤로는(심정으로는) '도둑'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마치 해외 한인이나 혼혈인이 좋은 일로 유명해져 매스컴을 타면 '한국계'임을 강조하다가도 어느 순간 '양키 고 홈' 이라는 소리가 튀어나오는 식이다. 재미동포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계'가 있다면 그 시계 바늘은 어느 순간 거꾸로 돌아갈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듯 보인다. 재범에게 띄운 메시지(What time is it now?)는 이 순간 의미심장하다. 한국은 도대체 지금 몇 시 인가.

미주중앙일보 이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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