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수해복구 제대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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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기북부, 지리산 주변, 경북상주, 충북보은 등지의 주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입은 피해가 아직까지 제대로 복구되지 않거나 땜질식 복구로 끝난 곳이 많기 때문이다.

2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피해 지역 계곡.하천.교량 등의 복구율은 40~93%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수해지역의 복구 현장을 점검한다.

◇ 경기북부 = 경기도 북부출장소측은 경기북부 10개 시.군의 지난해 수해 2천88건 중 현재 1천7백97건을 완전 북구, 93%의 복구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수해 현장 곳곳에서 옹벽설치 등이 마무리 못한 상태여서 또다른 수해에 대한 우려가 높다.

지난해 북한산 자락의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10여채의 주택이 파손되고 3명이 사망한 경기도의정부시가능3동 안골마을의 경우 마을앞 백석천의 복개구간 2백m가 옹벽도 설치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주민수해대책위원회 김갑수 (金甲洙.62) 위원장은 "복개천의 옆면이 허물어진 산비탈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집중호우시 토사가 복개천 내부를 순식간에 막아 물이 주택가로 넘칠 위험이 높다" 고 지적했다.

여기서 1㎞ 올라간 북한산 국립공원 계곡은 하천 바닥에 토사와 나무 잔해가 쌓여있다.

길이 10여m.폭 4m 가량의 낡은 교량 주변은 막 복구공사를 시작한 듯 거푸집과 철근이 주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다.

교량 위쪽 20여m 지점에는 폭 40여m의 하천 바닥에 4~5m 가량 높이의 토사가 쌓여 물길을 완전히 막고 있다.

등산객 김홍균 (金洪均.48.자영업) 씨는 "큰 비가 올 경우 하천에 쌓인 폐목과 토사더미.바위 등이 일시에 쓸려 내려가면서 1㎞ 하류의 마을을 덮칠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이와관련 "당초 복개천 주변의 옹벽설치를 추진했지만 작업소음에 따른 일부 주민 반발과 사유지 매입 협의 난항 등으로 공사를 보류하고 있다" 고 말했다.

지난해 산사태와 집중호우로 주택 50여채가 파손되고 23명의 인명피해가 난 경기도양주군장흥면울대리 송추계곡. '송추정상' 비석과 '정주식당' 앞 쪽 계곡주변은 가득찬 토사를 치우느라 포크레인이 분주히 작업중이다.

하천 안쪽에는 집채만한 바위들이 방치돼 있고 물살의 흐름을 방해하는 물막이벽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범람우려를 낳고있다.

'송추정상' 비석 인근 하천을 가로질러 1.5m 가량 높이로 교량기능을 겸한 물막이벽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물막이벽 사이에 있는 직경 1m의 하수관 3곳은 흙과 바위로 막혀 있는 상태다.

◇ 충남 당진.태안 = 지난해 제방이 무너져 당진읍내를 물에 잠기게 했던 당진군당진읍대덕리우두리 (총 연장 10㎞) 당진천 복구는 40% 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또 태안읍삭선리 삭선천 (총 길이 2.6㎞) 개량공사가 40%에 머물러 현재 토목공사가 진행중이다.

◇ 충북 보은 = 지난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보은군외속리면 서원계곡 (삼가천) 5㎞ 구간에는 7개의 다리가 새로 건설중이나 장마철 이전에 완공되는 곳은 한곳도 없다.

보은군의 경우 총 1천3백29곳의 복구 현장 중 도로.교량은 평균 80%, 하천은 65%, 소규모시설은 78% 등 낮은 복구진도를 보이고 있다.

◇ 경북 상주 = 지난해 물난리를 부른 경북상주시이안면 이안천 제방은 물흐름을 견뎌낼 호안 (護岸) 블럭이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주변 8천여평에 논농사를 짓는 최중철 (崔仲哲.46) 씨는 "호안블럭 없는 제방은 폭우가 쏟아지면 물살을 견딜 수 없다" 며 불안해 했다.

상주시 관계자는 "예산부족으로 손을 대지 못해 호안공사비 2백36억원을 정부에 긴급 요청했다 "고 말했다.

◇ 지리산 주변 = 지난해 7월말~8월초의 집중호우로 30여명의 사망자를 낸 지리산 일대는 복구율이 특히 낮다.

경남산청군신안면하정리 토현교와 신안면도전리 시매교는 공정률이 4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해 17군데 9.4㎞의 둑이 터져버린 하동군악양면 악양천과 주교천 일대 공사도 진척이 45%밖에 안됐다.

지난해 제방 80m가 유실됐던 남원시운봉읍용산리 용산마을 용산제 저수지의 경우 이제야 기초공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전익진.안남영.김상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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