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신촌, 장미와 핸드폰의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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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신촌은 장미와 핸드폰의 천국. 꽃집과 이동전화 판매점이 각각 50여곳씩 밀집 된 이색지대다.

또 해가 지면 장미꽃을 파는 좌판상인들이 길목마다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들은 미니트럭이나 리어카를 끌고 나온다.

꽃집으로 유명한 '용담화원' 관계자는 "신촌의 남자들은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 체제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낭만 만큼은 잃지 않았다" 며 "단지 이전에는 10송이 사던 장미꽃을 요즘은 9송이를 줄여 1송이만 사가고 있을 정도" 라고 말했다.

꽃집주인들은 장미꽃만 하루 2백여 송이 (매주 1천송이) 를 팔고 있다는 귀띔이다.

그러나 경제가 다시 회복되기만 하면 신촌 남자들의 씀씀이를 볼 때 하루 2천송이를 파는 것도 자신 있다는 얘기다.

장미꽃 값은 한송이 8백원 안팎. 좌판에서는 이보다 더 싸 3백~5백원이면 살 수 있다.

점포 상인들은 "좌판에서 파는 장미는 줄기가 가늘고 탐스럽지 않은 하품 (下品) 이라 하루 이틀이면 이내 시드는 길거리 사랑같은 꽃" 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좌판 상인들은 "산지 (産地)에서 직거래로 가져다 팔아 값이 쌀 뿐 점포 상품과 다를 바 없다" 고 반박한다.

또 신촌은 핸드폰의 경우 판매량 뿐만 아니라 통화량이 전국 1위다. 신촌지역 연인들간 '대화'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매년 첫눈이 올때면 이동전화 통화 폭주로 '불통지역' 이 되는 유일한 곳이라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또 핸드폰이 신촌 길거리 좌판 판매대에 등장한지도 오래다.

한편 신촌 파출소에는 젊은이들의 핸드폰 분실 신고가 하루평균 10여건씩에 이른다. 새벽녘 신촌 길거리에 나뒹구는 흐트러진 장미꽃, 분실한 핸드폰 숫자 만큼이나 잃어버린 사랑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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