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주말 '골든데이'… 줄줄이 금 문턱서 빛바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밤과 22일 새벽(한국시간)은 올림픽 한국선수단에게 골든데이로 통했다. 결승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이 많은데다 축구가 사상 첫 올림픽 4강 신화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궁 남자단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종목에서 패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축구=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대표팀은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남자축구 준준결승에서 이천수가 후반 중반 이후 2골을 만회했으나 프레디 바레이로(2골)와 호세 카르도소에게 내준 3골 차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3으로 석패했다.

조별리그 최종전 말리와의 경기에서 거짓말같은 동점 드라마를 연출하며 56년만의 8강 진출을 이뤄냈던 태극전사들은 후반 대추격전을 펼쳤으나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펜싱=김영호 현 대표팀 코치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남자 플뢰레 개인전)과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6개의 금메달을 휩쓴 화려한 전과, 작년 대구유니버시아드에서 따낸 2개의 값진 금메달 등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공든 탑이 아테네에서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김국현 대표팀 총감독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내심 금메달까지 바라봤던 남자 플뢰레 단체팀이 8강에서 중국에 어이없이 무너지자 할 말을 잃었다. 김 감독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우리 선수들의 칼끝이 도저히 상대방 가슴팍에 꽂히지 않았다. 원인이 뭔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한국은 개인, 단체전을 합해 모두 10개의 금메달이 걸린 펜싱에서 노 메달의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자 에페의 김희정(충남계룡시청)과 여자 플뢰레 남현희(성북구청)가 개인전에서 각각 8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

장도에 오르기 전 한국 선수단 예상 금메달 13개 중 1개(남자 플뢰레 단체)를 맡았고 은, 동메달도 1개 쯤 기대했던 터라 실망감은 더욱 컸다.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남자 플뢰레의 하창덕, 최병철(이상 상무), 박희경(울산시청)은 개인전에서 나란히 16강까지 순항했으나 세계랭킹 10위권 이내 톱 랭커들과 맞닥뜨리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세계 2위 살바토레 산초를 상대한 하창덕은 동시에 찌르기가 적중된 상황에서 심판이 6차례나 산초의 손을 들어주는 등 심판들의 불리하게 작용한 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현격한 기량 차 때문에 냉엄한 토너먼트의 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도=장미란(21.원주시청)이 아테네올림픽 여자 역도에서 다잡았던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장미란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 니키아 올림픽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역도 75kg이상급에서 중국의 탕공홍과 막판까지 힘을 겨뤘으나 2.5kg차로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장미란은 인상 130㎏, 용상 172.5㎏을 들어올려 자신이 지난 4월 세웠던 용상과 합계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지만 한참 뒤져있던 탕공홍이 용상 세계기록인 182.5㎏을 마지막 시기에서 성공시키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탕공홍은 자신이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세운 세계기록(용상 175㎏.합계 302.5㎏)을 각각 7.5㎏과 2.5㎏ 늘려버렸다.

◇배드민턴=손승모(밀양시청)가 아테네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단식에서 놀라운 부상투혼을 발휘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쳤다. 손승모(7번시드)는 21일(한국시간) 아테네 구디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타우픽 히다야트(랭킹 13위)를 맞아 분전했으나 0-2(8-15 7-15)로 패했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배드민턴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처음 4강진출을 달성한데 이어 내친 김에 결승까지 올라온 손승모는 오른발 아킬레스건의 통증을 잊기 위해 주사를 맞고 출전했지만 투혼만으로 고비를 넘기에는 힘이 달렸다.

◇양궁=이날 대회에서 유일하게 남자양궁은 금메달을 목에걸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장용호(예천군청)와 임동현(충북체고), 박경모(인천계양구청)를 차례로 사대에 올린 한국은 21일(한국시간) 아테네 파나티나이코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단체 결승에서 대만을 251-244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이로써 한국은 시드니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정상을 밟으면서 여자 개인과 단체전을 포함해 양궁에 걸린 4개의 금메달중 3개를 휩쓸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