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양자·다자 대화 의향’ 보도를 접한 청와대와 정부 당국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정확한 언급 내용이 무엇이고, 거기에 숨은 뜻이 뭔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다자대화가 뭔지는 김정일 위원장만 아는 것”이라며 언급 자체가 곧바로 ‘6자회담 복귀’ 쪽으로 해석되는 걸 경계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양자와 다자대화로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일 뿐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며 “다자가 6자회담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의 언급 내용 자체는 일단 사실일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신화통신의 보도는 중국 정부 발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의 정확한 발언과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정부로부터 외교 경로를 통해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방북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봐야 김 위원장의 발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와 정부의 이런 신중한 기류는 최근 잇따른 대남·대미 유화 공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할 구석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넉 달 전 핵실험을 감행한 뒤 대남 도발 위협을 가하던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이 미심쩍다는 것이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미·일 공조의 틀이 자칫 북·중 간의 의기투합으로 헝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도 감지된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