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호무역’ 한국에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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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정부가 통상(반덤핑 조치)과 조세(관세율 조정) 등의 수단을 총동원해 외국 기업에 공세적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 수출기업과 중국 투자기업에 불똥이 튀고 있다.

15일 주중 한국대사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호무역 성격이 강한 중국의 이런 조치들로 인해 금융위기 이후 활로 찾기에 고심 중인 한국 기업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에 해당)는 최근 한국의 현대제철이 수출해온 굴착기용 바퀴 부품인 무한궤도(캐터필러)에 대해 관세 통관 품목코드를 수정해 관세율을 5%(굴착기 부품)에서 12%(일반 체인)로 변경 적용한다고 밝혔다. 해관총서는 또 변경된 12%의 관세율을 지난 수년간 소급 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1년간 관세 소급액만 2000만 위안(약 36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리와 아연 등을 가공하는 중국유색금속협회는 한국과 일본산 황산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추진 중이다. 연간 96만t (5000만 달러어치)을 수출해온 LS니꼬 등 6개 한국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한국산 테레프탈산(TPA: 페트병 원료)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다. 제소를 당한 한국의 SK 등 6개 업체는 “지난해 12월 한·중·일 총리회담에서 합의한 보호무역 반대 정신에 어긋난다”며 중국 상무부에 적극 항변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가 큰 상태다. 한국은 연 28억 달러어치의 TPA를 수출하고 있다.

넉넉지 않은 재정 사정이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공세적인 조치를 취하는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9500억 위안의 적자 재정을 편성했다. 셰쉬런(謝旭仁) 재정부 장관은 최근 “각종 세수확대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라”고 독려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외국계 대형 투자기업들의 이전가격에 대한 세무조사설이 돌고 있다. 특히 자동차·가전 등 중국 정부의 내수확대 정책으로 매출이 급증한 외국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에 대한 과세도 강화됐다. 외국계 은행이 본국에서 차입한 자금을 상환할 때 이자에 대해서도 법인세 10%를 지난해부터 소급해 물리고 있다. 적격 외국 기관투자가(QFII)의 투자수익에 대해서도 연초부터 10%의 법인세를 물리고 있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선의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한국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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