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마구잡이식 주택공급 확대를 경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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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그제 서울시가 내놓은 전셋값 안정 대책은 당장의 전셋값 상승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주택 재개발구역의 기준용적률을 일률적으로 20% 늘려주는 것을 포함한 서울시의 다양한 주택공급 확대책은 앞으로 2년 후쯤이나 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서울시 일부 지역의 전세난은 사실 정부와 서울시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재건축·뉴타운 등 주택 재개발사업이 한꺼번에 추진되면서 기존주택이 대량으로 멸실됨에 따라 사업기간 동안 임시로 거처할 주택 수요가 일시에 늘어났다. 당연히 재개발사업지역 주변의 전셋값이 급등했다. 실제 주택공급이 늘어나기까지 2∼3년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재개발사업을 서둘러 확대한 결과다.

하루아침에 주택공급을 늘릴 수 없는 한 작금의 전세난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은 없다. 사업 시기를 조정해 주택 멸실 시기를 늦추고,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허용해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정도가 그나마 전세난 악화를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문제는 중앙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 더해 서울시가 추가로 주택공급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2∼3년 후에 주택공급이 한꺼번에 몰린다는 점이다. 현재 우후죽순 격으로 건설되고 있는 수도권 신도시의 입주 시기가 2012년께에 집중된 데다, 이와는 별도로 32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이 2012년까지 앞당겨 지어진다. 여기다 서울시 계획대로 각종 소형주택 20여만 채가 새로 지어질 경우 앞으로 2∼3년 후엔 주택공급이 넘쳐나 집값 폭락과 역(逆)전세 대란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 또 주택용적률 확대로 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높아짐에 따라 난개발과 투기를 부를 위험도 크다. 정부와 서울시의 냉·온탕식 주택공급정책이 오히려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제라도 중장기적 주택 수급 상황을 감안해 주택공급을 조절해 나가야 한다. 주택정책이 규제 위주의 집값 때려잡기에 치우치는 것도 문제지만 2∼3년 후를 내다보지 못하는 마구잡이식 공급 확대로 기울어서도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