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금 유입 더많아 증시엔진 계속 달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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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증시를 두고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진공청소기' 에 비유한다.

시중 자금을 먼지 빨아들이듯 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올들어 개인 및 법인 투자자와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 투자한 자금은 무려 33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정부 예산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특히 증시 유입자금 규모는 1분기 중 월평균 5조~6조원에서 지난달엔 18조원으로 늘어나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강력한 시중자금 흡수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저금리와 경기회복 기대감이라는 두가지 원동력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당분간 금리를 더 높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시중 뭉칫돈의 증시유입 양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어떤 돈이 어디서 들어오나 = 지난해 상반기 중 한국증시 투자를 계속 줄여 나갔던 외국인이 지난해 9월부터 적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국면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9월 9억7천8백만달러였던 외국인 투자규모는 지난달에 32억3천7만달러로 두배반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중 실세금리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에 돈을 맡겨 놓았던 개인 고객들도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외국인들이 띄워 놓은 주식시장에 외환위기 이후 30% 가까운 고금리를 즐겼던 개인 투자자들이 높은 기대수익을 좇아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또 시중금리가 낮아지자 자금력이 단단한 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투자자금을 빌려 주식형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 상품에 돈을 맡기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주식을 사려 맡겨 놓은 고객예탁금 수위는 지난해 9월말 1조5천억원대에서 지난달말엔 8조9천억원대로 불어났다.

◇ 증시 활황의 두 얼굴 = 지난 6일 현재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2백27조6천9백억원으로 연초에 비해 90조원 (65%)가량 늘었다.

한국경제의 대외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고 봐도 된다.

이런 가운데 목표수익률을 채운 외국인들은 시세차익을 본격적으로 해외로 송금하고 있다.

올들어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의 유출 규모가 지난 1월 16억2천만달러에서 4월엔 22억8천만달러로 늘었다.

물론 외국인 투자는 아직까지 유입이 유출보다 많지만 외국인 투자동향은 앞으로 유의해야 할 변수다.

◇ 증시 주변 자금사정 전망 = 금리가 급속한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당분간 시중자금은 증시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돈이 따로 갈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금리안정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에 최소한 당분간은 개인 투자자들을 증시로 더욱 거세게 유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금리안정 의지 관련 발언과 증시과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변화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되새겨 볼 대목이다.

한마디로 정부는 현재의 증시에 찬물을 끼얹어 주가를 떨어뜨릴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고민은 주가가 완만한 상승 커브를 그리며 올라 급격한 상승에 따르는 부작용이 없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언제든지 상품을 바꿔 투자할 수 있는 시중 유동자금 규모는 무려 4백조원에 이른다.올들어 외국인 투자자금을 제외한 증시유입 자금 규모는 22조원 정도로 아직 증시로 몰릴 가능성이 있는 돈은 얼마든지 많다.

외국인들의 해외송금도 그다지 크게 우려할 것이 아니란 분석이 우세하다.

고무적인 것은 올들어 미국의 연.기금펀드 등 대규모 장기투자기관이 한국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금리.환율.경기 등 경제 전반적인 면에서 특별한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외국계 순자금 유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임봉수.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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