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32. 한국 궁사 중엔 왼손잡이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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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아테네 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 32강전. 윤미진과 맞붙은 마쓰시다 사야미(일본)는 왼손잡이였다. 국내에서는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았던 왼손잡이 선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이 남자단체전에서 우승하자 어느 이탈리아 기자가 "한국은 왼손잡이를 선수로 뽑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오교문 선수는 "왼손잡이는 있지만 왼손잡이용 활을 쏘는 선수가 없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 왼손잡이 궁사여서 한국팀 윤미진(左)과 등을 맞댄 채 연습하고 있는 일본팀의 마쓰시다 사야미(右).

지금까지 한국 선수 중에는 사실 왼손잡이가 여럿 있었다. 현재 서울시청 양궁팀을 맡고 있는 김선빈 감독과 박회윤.정재헌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활은 모두 오른손으로 쐈다. 이유는 왼손잡이용 활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특별 주문해 수입해야 하고, 고장 났을 때 부품을 구하기도 어렵다. 박회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오른손으로 활을 쐈다. 진해여고 시절 주니어 국가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실력은 있었으나 매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왼손잡이의 한계에 부닥치면서 활 쏘는 것이 갈수록 힘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2002년 대표팀에 발탁된 박회윤은 생활을 바꿨다. 아예 왼쪽 눈을 감아 애꾸눈으로 다니며 오른쪽 눈의 조준 능력을 키웠다. 이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양궁은 시위를 당길 때 일반인의 생각보다 상당한 힘을 요한다. 길이 66㎝의 화살을 한껏 잡아당길 때의 강도가 14~23㎏다. 14~23㎏ 무게의 물건을 흔들림없이 수평으로 잡아당기는 힘이다. 여자는 9~18㎏. 특히 시위를 최대한 잡아당긴 뒤 미동 없는 조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더 확실한 힘이 필요하다. 연약해 보이는 윤미진이지만 실은 무쇠팔인 셈이다. 18㎏의 강도로 시위를 당겨 쐈을 때 화살은 1㎜의 철판을 꿰뚫는다.

워낙 시위를 많이 당기다 보니 양궁 선수들은 어깨와 팔의 잡아당기는 근육이 유달리 발달하게 된다. 그래서 근육과 근력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배드민턴처럼 앞으로 밀치거나 뿌리는 운동을 병행한다. 시위를 당기지 않는 왼팔로도 당기는 운동을 해 양팔의 균형을 유지한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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