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마술'에 기업들 '방그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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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사이에 영어 알파벳을 활용한 마케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호기심 유발은 물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상징성 등으로 효과가 입증되자 마케팅이나 광고, 이벤트 뿐만 아니라 이제는 브랜드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인기있는 알파벳은 단연 'W'=휴대폰 단말기 시장 진출을 선언한 SK텔레시스의 신규브랜드는 'W'다. W는 '언제(Whenever)', '어디서나(Wherever)', '무엇이든(Whatever)'의 각 영문 첫 글자로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SK텔레시스 관계자는 "더블유라는 발음의 유사성에서 연상되듯 '또 다른 당신(Double You)'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 이미 현대인의 생활 속 분신이 된 휴대폰의 존재와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LS네트웍스의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는 이달 스포츠 워킹 토탈 브랜드 'W'를 론칭했다. 워킹 인구 1000만시대에 접어 들 정도로 워킹이 생활 속 국민 스포츠로 자리함에 따라 국내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서 바른 워킹문화 확산에 앞장서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게 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프로스펙스 관계자는 "브랜드 W는 건강 운동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은 워킹(Walking)의 W를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워킹을 완벽한 스포츠로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스포츠워킹 토탈브랜드"라고 전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지난 6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신용카드 서비스를 담은 'W-CMA신용카드'를 내놓았다. 고객에게 확장된 혜택을 제공하는 의미의 ‘WIDE’, 풍성한 혜택을 중복하여 제공하는 ‘W(Double-You)의 의미를 담았다. 웅진코웨이 역시 최근 론칭한 우수고객 전용서비스 명칭을 'W_class'로 정했다. 소니가 최근 내놓은 넷북도 'W 시리즈'다.

◇알파벳 마케팅이 대세=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성공한 케이스는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2003년 알파벳을 활용한 카드시리즈를 출시, 대박을 터트렸다. 현대카드는 'Multiple(다양한)'의 머릿글자인 M을 사용해 소비자들의 머리에 깊숙이 자리잡는데 성공했고, 이에 힘입어 후속작인 S(Shopping), W(Weekend)카드 등도 연속 히트했다.

현대카드 성공 이후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알파벳 마케팅에 달려들었다. 정보기술(IT)기업인 NHN부터 시작해 화장품업체 DHC코리아, 온라인쇼핑몰인 옥션·CJ몰·신세계닷컴·G마켓, 현대건설, 광동제약 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알파벳 마케팅 열풍이 확산됐다.

CJ홈쇼핑에서 이름을 바꾼 CJ오쇼핑도 'O'를 강조한 사례다. CJ오쇼핑의 O에는 ‘온라인’(On-Line), ‘온에어’(On-air)라는 사업의 특성과 최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의 ‘옵티멈’(Optimum), 언제 어디서나 쇼핑할 수 있다는 뜻의 ‘옴니프레젠트’(Omnipresent) 등의 뜻이 담겨있다.

이랜드의 스파(SPA) 브랜드인 스파오(SPAO)가 이어가고 있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이 브랜드의 알파벳 ‘O’는 ‘오리지널’(Original), ‘오케이’(Okay), ‘오아시스’(Oasis) 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한 알파벳에 여러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인지도 강조와 고객들과 접점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영어 알파벳은 쉽게 기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마케팅 도구"라면서 "26개 알파벳으로 다양한 단어를 표현할 수 있어 앞으로 창의적인 알파벳 마케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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