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아직 멀었다] 외국인들의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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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은 규제개혁을 어떻게 볼까. 국내사정에 밝은 미국인 변호사 (A) 와 유럽계 은행 한국지점장 (B) 의 솔직한 평가를 각각 들어 대화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이들은 '한국적 상황' 을 고려,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다.

A:규제가 많이 줄긴 했습니다.

B:3년 전인가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고 어필했더니 당국이 내용은 줄이지 않고 조항만 합쳐놓고는 "줄였다" 고 하더군요. 적어도 이런 일은 사라졌지요.

A:그래도 한국에서 사업한 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은 여전히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라고들 합니다. 자동차나 제약회사들의 불만이 특히 큽니다. 외국계 제약회사들은 얼마전 별도단체를 구성하기까지 했습니다.

B:주한 미국상공회의소 (AMCHAM)가 최근에 낸 연례보고서를 봤더니 자동차부문 투자환경 관련 제안사항이 전년보다 더 늘었더군요. 슬금슬금 새로 생기는 규제도 있다는 얘깁니다.

B:규제완화의 부작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호주.이탈리아 같은 데서도 개혁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좋았습니다. 그런데 한국기업과 외국기업은 세금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다른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세금은 원칙대로 내야 한다' 는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받지 않습니까.

A:물론 탈세자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정직하게 내지요.

B:한국 국세청은 그런 차이를 잘 모르나 봅니다. 그래선지 한국에 진출한 지 오래된 외국기업이 최근 세무조사를 받고 곤욕을 치렀지요.

A:버는 대로 꼬박꼬박 신고한 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국세청 직원이 찾아와선 "실제 소득이 더 많은 걸로 안다. 이만큼은 챙겨가야 겠다" 며 협상을 요구했다는 거예요.

B:그 기업 대표의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왜 한국에서 비자금이 필요한지 알았으며 이제부턴 소득신고를 성실하게 하지 않겠다" 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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