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련성 복통] 참을 수 없이 쥐어짜듯 아픈 배, 소화제·진통제보다 ‘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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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가 차고 꽉 조이는 것 같다’ ‘속이 메슥거린다’ ‘쥐어 짜는 듯 통증이 심하다’ ‘(속을) 휘젓거나 흔드는 듯하다’ ‘가로세로로 마구 잡아당기는 것 같다’ ‘날카로운 것이 찌르는 듯하다’…. 자신의 복통 증상을 알리는 백인백색 (百人百色)의 표현들이다. 독일계 제약사인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최근 복통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복통의 아픔을 다양하게 묘사했다.

전체 복통의 90%가 위장 평활근 경련 탓

특정 질병에 의한 복통이 아니라면 십중팔구는 경련성 복통이다. 소화기를 관장하는 근육인 내장 평활근이 불규칙하게 운동하는 것이 복통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내장의 평활근이 긴장·수축하는 원인은 과음, 음식에 대한 민감성, 스트레스와 긴장된 생활, 여행·출장 등 다양하다. 갑작스러운 생활의 변화로 내장이 자극을 받으면 복부 통증이나 불쾌감을 느낀다. 또 명치끝부터 윗배·아랫배까지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 쥐어 짜는 듯한 느낌, 아랫배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 더부룩함, 속 쓰림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위장 평활근의 ‘경련’에 의한 경련성 복통은 전체 복통의 약 90%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일반인에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병명을 들으면 대개 겁부터 먹는다. 일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심각한 복통의 유형이라고 여겨서다.

경련성 복통을 잘 모르는 사람은 대처도 잘 하지 못한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 복통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마시는 소화제(41.1%)나 진통제(30.9%)를 복용한다고 응답했다.

순천향병원 소화기내과 이문성 교수는 “소화제·진통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약간 가벼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약이 경련성 복통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뒤틀리고 찌르고 조이는 듯한 경련성 복통이 생기면 비정상적인 경련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산제 복용하면 통증 적응력 커져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위염 등에 의해 경련성 복통이 생겼을 때 유용한 약은 경련을 멈추게 하는 진경제와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제산제”라고 지적했다. 진경제는 수축된 근육을 이완시켜 경련을 치료하는 약이다. 복통과 복부 불쾌감 완화에 효과적이다. 제산제를 복용하면 통증에 대한 적응력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뉴로사이언스 레터’지에 발표된 시험관 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진경제 성분인 브롬화부틸스코폴라민은 신경세포의 니코틴산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했다. 또 다른 연구에선 브롬화부틸스코폴라민 성분의 주사제가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의 흔한 증상인 복부 경련·복부 통증 완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브롬화부틸스코폴라민은 전문약(의사 처방 필요)과 일반약(의사 처방없이 약국에서 구입 가능)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성분으로 대표적인 약은 ‘부스코판’. 전 세계 판매 1위의 진경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100여 개국에서 시판 중이다. 국내에선 2004년부터 일반약으로 판매되고 있다.

체기로 경련성 복통 오면 음식 삼가야

경련성 복통이 생기면 가능한 한 장을 쉬게 해주는 것이 좋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은 “특히 식체나 위장관 염증으로 인해 경련성 복통이 왔을 때는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며 “치료를 위해 음식·물·공기 등을 장에서 일부러 빼내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우유 등 특정 식품을 먹은 뒤 경련성 복통이 생겼다면 해당 식품을 회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진경제·제산제 등 약을 복용해도 반응이 없거나 복부 경련이 반복·지속되면 위암·대장암·위궤양·신장결석·담석 등 기질적 원인질환으로 인한 증상일 수 있다”며 “바로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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