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년 먹고 살 용광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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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가 기존의 복잡한 제철용 용광로 공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파이넥스’ 신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포스코의 한 직원이 시험용 설비에서 쇳물 작업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제철소에서 쇳물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100년 만에 획기적으로 바뀐다.

포스코가 기존의 복잡한 용광로 제철 과정을 단축한 '파이넥스(FINEX) ' 신공법을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포스코는 1976년 용광로 설비 가동 이후 30여년 동안 지불했던 기술료를 앞으로는 내지 않아도 된다. 포스코는 이번에 개발한 신공법을 수출도 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17일 이구택 회장 등 임직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제철소에서 파이넥스 설비 착공식을 했다. 이 설비는 연간 150만t의 쇳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규모로 2006년까지 총 1조3000억원을 투입해 완공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92년부터 4200억원을 들여 이 공법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연산 60만t 규모의 시험용 설비를 성공적으로 가동해 왔다.

◇ 기존 방식보다 원가 크게 줄여=쇳물을 만드는 방법은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용광로 공법을 썼다. 용광로 공법은 철광석을 1차로 가공해 덩어리 형태의 철로 만들어야 한다. 또 유연탄도 그대로 쓰지 못하고 코크스(단단한 고체연료)로 만들어 놔야 한다. 그런 뒤 이들 두 재료를 용광로에 다시 넣고 가열해 쇳물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포스코가 이번에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1차로 가공하는 과정을 없앴다. 따라서 철광석과 유연탄을 있는 그대로 용광로에 넣어 쇳물을 만든다.

이렇다 보니 파이넥스 공법은 원가 절감 및 환경보호 효과가 크다. 생산 원가를 기준으로 용광로 공법보다 17%나 줄일 수 있다. 용광로 공법에서 필요한 코크스 생산 공장 등을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비투자 비용도 적게 든다. 용광로 설비보다 8% 적게 든다.

또 용광로 공법에 비해 값이 싼 원료를 사용할 수 있다. 파이넥스 공법에 쓰는 일반 유연탄은 용광로 공법의 코크스 원료가 되는 고급 유연탄에 비해 20% 이상 싸다. 공해물질 배출도 줄일 수 있다.

파이넥스 공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x)은 용광로 공법의 8%, 질소산화물(NOx) 은 4% 수준에 불과하다.

◇ 제철역사 새로 써=포스코 측은 "파이넥스 설비는 14세기에 철 제조법이 개발된 이래 지난 100년 동안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아왔던 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신기술로, 세계 철강사의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공법은 해외의 선진 철강업체들도 앞다퉈 개발에 나섰던 용융환원제철법 가운데 하나다. 일본은 DIOS 공법, 호주는 HISMELT 공법, 유럽은 CCF 공법, 브라질은 TECNORED 공법이라는 이름으로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섰다.

따라서 포스코는 이번 개발 성공으로 일본.호주 등 경쟁국들을 따돌린 셈이다. 호주가 연산 80만t 규모로 상업화를 추진 중인 것을 빼고는 대부분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포스코는 이번 150만t 규모의 1기 파이넥스 설비에 이어 2010년까지 포항제철소 노후 고로 등을 차례로 파이넥스 설비로 교체할 방침이다. 현재 포스코의 용광로 공법 설비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총 10개가 있다. 포스코는 2008년까지 4조4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현재 2900만t에서 32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구택 회장은 "앞으로 국내 조강생산량 3200만t 체제를 갖추게 되면 현재와 같은 슬래브 및 열연제품 등 철강제품의 공급 부족 현상을 상당부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향후 10년 내에 중국.인도 등에서 가장 유망한 해외 지역을 대상으로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1000만t 규모의 생산기지도 건설할 예정"이라며 "이 경우 조강생산량 4200만t을 가진 기업으로 수익성뿐 아니라 생산 규모 면에서도 세계 유수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또 2008년까지 국내 설비에 총 10조7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고용 유발 효과만도 연인원 7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포항=박혜민 기자<acirfa@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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